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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이지 않는 농업기술이 사계절 식탁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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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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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시아투데이)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대현 원장
김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는 한여름에도 마트 매대에는 싱싱한 상추가 놓여 있고, 사과와 감귤도 거의 일 년 내내 만날 수 있다. 버섯도 계절과 상관없이 늘 식탁을 채운다.

이제는 익숙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풍경이지만, 사실 농산물 사계절 공급은 농업인 땀과 오랜 시간 축적된 품종 개발, 시설재배, 저장, 스마트팜 기술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다. 그만큼 사계절 공급은 농업기술이 국민의 식탁과 일상을 지키는 가장 가까운 사례이기도 하다.

사과를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가을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의 국산 사과는 계절의 경계를 훌쩍 넘어섰다.

가을에 수확한 사과는 적기 수확과 선별, 예냉, 저온·고습 관리, 신선도 유지기술이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면서 이듬해 6월까지 신선함을 이어간다. 저장은 남은 농산물을 오래 두는 일이 아니라, 품질과 물량, 출하시기를 정밀하게 관리하는 또 하나의 생산기술인 셈이다.

여기에 품종 개발은 사과의 시간을 더 길게 만든다. 저장 사과가 끝나가는 7월 중순이면 '썸머프린스'가 햇사과의 시작을 알리고, 7월 하순에는 '썸머킹'이 뒤를 잇는다. 8월의 '골든볼', 9월의 '이지플', 10월 하순의 '만홍'까지 이어지는 품종의 흐름은 사과를 특정 계절의 과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과일로 바꾸어 놓았다.

저장기술이 가을과 봄 사이를 잇고, 조·중·만생 품종이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바통을 이어받는 구조다. 여기에 스마트 과원 기술까지 더해지면 기계 작업에 맞는 수형 관리와 정밀한 물·병해충 관리가 가능해져 기후변화와 노동력 부족에도 더욱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상추는 또 다른 방식으로 농업기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상추처럼 저장성이 낮은 잎채소는 폭염과 집중호우의 영향을 곧바로 받는다. 온실 안 기온과 습도가 치솟고 뿌리의 양수분 흡수가 흔들리면 꽃대가 올라오고 잎끝마름증과 병해충 피해가 겹쳐 생산량과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실제로 여름철 상추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열망과 차광스크린, 환기팬과 안개 분무를 연계해 온실 내부 열을 낮추고, 병해충 예찰과 생리장해 관리, 양액 냉각 등 뿌리 관리 기술까지 함께 적용해야 한다. 결국 여름철 상추의 안정 생산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환경·재배 관리가 결합된 정밀한 기술 패키지에서 나온다.

버섯 역시 연중 공급이 기술의 힘으로 유지되는 대표 작목이다. 수분 함량이 높아 쉽게 시들고 품질 변화가 빠른 버섯은 재배와 유통 모두 까다롭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육종으로 유통성이 높은 품종을 개발하고, 생육 단계별 온도·습도·이산화탄소를 24시간 정밀하게 제어하는 스마트팜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병해를 조기에 감지하는 시스템과 배지 원료 국산화, 농산부산물 재활용 기술까지 더해지면 생산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

수급 안정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보면 필요한 것은 어느 한 방식의 우열이 아니다. 노지와 시설, 품종과 저장, 생산과 유통 기술이 서로 보완하면서 계절의 빈틈을 메우는 촘촘한 공급망이 중요하다.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은 더 이상 계절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계절의 한계를 읽고, 기술로 메우며, 국민의 일상과 물가를 함께 떠받치는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한여름에도 상추의 신선함을, 사과의 아삭함을, 버섯의 균일한 품질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결국 보이지 않는 농업기술이 사계절 식탁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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