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미(對美)투자 프로젝트 선정에 관한 한미 간 양해각서(MOU) 체결이 당초 18일에서 다음 주 이후로 연기됐다. 2호 프로젝트로 유력한 미국 내 신규 원자력발전소 8기 건설과 관련해, 파트너인 미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딴지를 걸고 나선 게 주된 요인이라 한다. 비슷한 시기에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이 지난 2월부터 시작해 벌써 6호 프로젝트까지 선정한 것과 비교하면 진척속도가 더딘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한미가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곳에 투자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만큼 우리로선 시일이 더 걸리더라도 먼저 수익성부터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산업통상부는 17일로 예정됐던 국회 상임위원회에 대한 대미투자 프로젝트 보고를 취소하고, 한미 간 막판 협상경과에 따라 오는 21일 또는 22일로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양국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다음 주 대미투자 MOU 서명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6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참석차 출국하며 "한미 간에 이견이 있다기보다 절차적인 문제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절차보다 훨씬 무거운 쟁점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대변수는 웨스팅하우스의 반대다. 양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 내 대형 원전 6기를 웨스팅하우스 모델인 AP1000기로, 나머지 2기는 한국형 원전인 APR400기로 짓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런데 뜬금없이 웨스팅하우스가 자국 내 한국형 원전 건설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막판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고 한다. 한국형 원전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 인증까지 통과할 정도로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이런 한국형 원전이 미국에 처음 진출할 경우 웨스팅하우스는 물론 현지 원전 협력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제안한 한전 등 우리 기업들의 '앙숙'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건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체코 원전 수주 당시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불리한 계약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분 20%선 인수와 이사회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의결권 없는 5~10% 수준의 지분 참여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골칫덩어리인 원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사업에도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우리도 차세대 먹거리인 소형모듈원전(SMR)의 상업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조선업 외 2000억 달러 투자한도를 넘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전력 구매 보증 문제, 경제성 논란이 많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의 사업 편입 여부, 한국기업의 사업참여 범위 등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미국 내 한국형 원전 건설은 '원전산업 르네상스'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절대 양보해선 안 된다. 한전은 물론 두산에너빌리티·한수원·현대건설 등 '원전 팀코리아'가 미국에 동반 진출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