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경찰열전] “가만히 기다릴 수 없었다”…성동서 재건축 물꼬 최승혁 경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14010004470

글자크기

닫기

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10. 14. 18: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청사 재건축부터 작은 시설 보수까지
관계 기관 오가며 재산 교환 협의에 힘 보태
"조직에 필요 없는 일은 없어"…"맡은 바 최선 중요"
“앞에 나서 인정받기보다 동료 돕고 싶어”
최승혁 경위(성동경찰서 경무과 시설, 국유재산 담당)
성동경찰서 경무과 시설, 국유재산 담당 최승혁 경위가 12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경찰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니 기다려보자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하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서울 성동경찰서 시설 담당 최승혁 경위는 40년 가까이 된 청사 재건축 문제를 처음 마주했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노후 청사의 안전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졌지만, 재건축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최 경위는 일선 경찰서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물러서지 않았다. 관계 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탰다. 동료들이 안전하게 일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성동서 직원들은 그를 두고 성동서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소리 없는 영웅)'라고 평가한다.

◇관계기관 문턱 넘은 끈질긴 설득…숙원사업 해결에 한발
1987년 준공된 성동서는 노후화로 안전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2023년에는 지하주차장 천장 일부가 무너져 차량이 파손됐고, 지난해 안전진단에서는 일부 시설이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현재 지하주차장에는 천장을 떠받치는 임시 지지대 130여개가 설치돼 있다. 구 민원동은 지난 5월 폐쇄됐다.

잇따른 보수에도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웠다. 경찰서 부지는 국가, 건물은 서울시 소유로 나뉘어 있어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과 협의해야 했기 때문이다. 국·공유재산 교환을 통한 소유권 정리가 선행돼야 했다.

최 경위가 먼저 부딪힌 벽은 관계 기관 담당자와의 만남이었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문제를 설명할 기회를 얻는 것이었다"며 "우리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관계 기관 담당자들과 바로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재산 교환은 통상 경찰청 본청 차원에서 협의하는 사안인 만큼 일선 경찰서 실무자가 중앙부처 담당자를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최 경위는 관계 기관을 수차례 직접 찾아가 면담을 요청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연락을 취하는 등 협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직접 뛰었다.

그렇게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최 경위는 빗물이 벽면을 타고 흐르고, 부식된 철근이 손으로 건드리면 부서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시했다. 세종에서 만난 중앙부처 담당자가 처음 허락한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청사의 위험성과 재산 교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면담은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이후에도 서울시와 경찰청 등 관계기관을 오가며 협의를 이어갔다. 기관마다 이해관계와 절차가 달라 조율이 필요했다. 최 경위는 각 기관에 청사 안전 문제를 재차 설명하며 끝까지 협조를 구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 6월 정부와 서울시는 성동서 건물 등을 국가에 넘기고, 서울시가 탄천물재생센터의 국유지 일부를 받는 재산 교환에 합의했다. 수년간 성동서 재건축의 걸림돌이었던 소유권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재건축의 첫발을 뗐지만 새 청사가 들어서기까지는 여전히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성동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은 "퇴직하기 전에 새 건물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건넨다고 한다. 최 경위는 이들의 기다림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남은 절차에도 최선을 다해 동료들이 하루라도 빨리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2026101201010006832
서울 성동서 최승혁 경위가 12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수억원대 공사부터 문고리 수리까지…"동료들의 불편 줄이는 것이 내 일"

시설 담당의 일은 재건축 같은 대형 사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차장 보수공사부터 고장 난 문고리와 화장실 부속을 교체하는 일까지 경찰서 곳곳을 살피는 것 전부 그의 몫이다. 작은 수리는 직접 하고, 규모가 큰 공사는 업체 선정·계약부터 공사 일정까지 챙긴다.

지난 5월에는 안전 문제로 구 민원동이 폐쇄되면서 민원 부서를 다른 공간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맡았다. 이전 작업이 길어질수록 경찰서를 찾는 시민들의 불편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최 경위는 민원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신속히 이전을 마치는 데 집중했다. 최 경위는 업체들과 비용과 일정을 조율하는 한편 부족한 일손은 동료들과 직접 메우기로 했다. 부처님오신날 연휴 사흘 동안 최 경위와 경리계 직원들은 휴일을 반납하고 이전 작업에 매달렸다. 사무실 집기 등을 직접 옮기고 청소까지 도맡았다. 밤 10시를 넘긴 시간까지 작업이 이어지기도 했다.

최 경위는 이 과정에서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병기 경무과장, 김휘남 경리계장의 지원과 휴일에도 함께 땀 흘린 직원들이 있었기에 빠듯한 예산과 일정 속에서도 이전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조직에 필요 없는 일은 없다"…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경찰의 책임
범인 검거·사건 수사와 달리 시설 관리는 눈에 띄는 성과가 드물다. 고장 난 시설을 고쳐도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럼에도 최 경위는 자신의 역할을 작게 여기지 않는다.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려면 경찰부터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불편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청사를 관리하는 일 역시 경찰 업무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이다.

축구에서 골을 넣은 공격수에게 박수가 쏟아지지만, 그 뒤에는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묵묵히 공을 연결해 온 미드필더가 있다. 경찰 조직도 다르지 않다.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이 있다면, 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경찰도 필요하다.

최 경위는 "경찰 업무를 하면서 하고 싶은 업무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조직에 필요한 일이라면 누군가는 맡아야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경찰의 책임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조직의 성장이 곧 본인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맡은 자리에서 동료들을 돕고,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는 경찰로 남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