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기자의눈] 사립대 시설비 떠안은 양산시…‘시민개방’은 구색이었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18010005435

글자크기

닫기

양산 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10. 18. 09:43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이철우
이철우 전국부 기자
시민에게는 평일 하루 1시간, 사립대학에는 혈세 약 10억원. 양산시가 '시민 개방'을 내세워 지원한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시설 개선 사업의 성적표다. 대학 시설의 질적 향상은 이뤄졌지만, 시민이 얼마나 혜택을 누렸는지 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쯤 되면 시민을 위한 지원이었는지, 대학 시설비 지원에 시민을 명분으로 앞세운 것인지 물어야 한다.

양산시는 운동장 정비와 웅비관 장애인승강기 설치에 9억8670만원을 지원했다. 전체 사업비의 77%에 달한다. 반면 대학 부담은 23% 수준에 그쳤다. 사립대 시설을 개선하는 데 대학보다 시민이 훨씬 많은 돈을 낸 셈이다.

그렇다면 시민에게 돌아갈 혜택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 현실은 초라하다. 시비 4억5373만원을 투입한 운동장의 평일 개방시간은 오전 6시부터 7시까지다. 차량 없이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오르막 입지에 이른 아침 한 시간만 허용하면서 '시민 생활체육 활성화'를 말한다. 시민이 이용할 수 있다는 형식만 갖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주말·공휴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지만, 그것으로 평일 이용의 제약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공사비의 약 77%를 부담한 시민이 왜 이 정도 이용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양산시는 설명해야 한다.

시는 학교의 기존 이용 여건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학교 사정은 고려하면서 세금을 부담하는 시민의 사정은 얼마나 따졌는가. 시민 개방이 지원의 핵심 근거였다면 충분한 이용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예산 집행의 전제가 됐어야 한다. 혈세부터 지원하고 시민 이용은 학교 여건에 맞추는 방식이라면 행정의 우선순위가 뒤집힌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양산시의 설명이다. 담당 팀장은 시민 생활체육 활성화와 학생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취지를 들었지만, 실제 시민 이용 인원이나 실적을 뒷받침할 수치는 내놓지 않았다. 취지가 좋다는 말은 예산 집행의 성과가 아니다. 세금을 쓴 행정기관이 시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은 명분의 반복이 아니라 결과의 입증이다.

승강기 지원도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웅비관 승강기 설치에는 시비 5억3297만원이 들어갔다. 전체 공사비의 75% 수준이다. 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 편의를 개선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시설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으로 사립대 공사비 대부분을 시민이 부담해야 할 이유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시는 고령 학습자 등의 접근성 개선을 지원 이유로 들었지만, 웅비관과 평생교육관은 별개 건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웅비관을 이용하는 시민과 고령 학습자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수요를 근거로 지원액을 정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동 편의라는 당위 뒤에 지원 규모의 타당성 검증을 묻어둘 수는 없다.

대학과 학교법인의 자체 투자 여력은 충분히 살폈는가. 다른 재원 확보 방안은 검토했는가. 대학 요청을 받아 자부담을 반영했다는 설명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시의회에서 사업 내용과 지원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집행 이후 시민 혜택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당시 제기된 의문은 해소되기는커녕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양산시는 시민 이용 실적, 승강기 수요, 지원 규모 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운동장 개방 시간과 이용 안내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장을 확인하겠다는 답변은 뒤늦은 조치의 시작일 뿐, 거액의 예산 집행을 정당화하는 해명이 될 수 없다.

세금은 대학의 시설 개선비를 손쉽게 메워주는 돈이 아니다. '시민 개방' 역시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내거는 장식 문구여서는 안 된다. 시민의 이름으로 돈을 썼다면 시민이 얻은 혜택으로 답해야 한다.
이철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