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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시장이 열어줘야 열리는 청문회…양산시의회의 ‘잠자는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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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10. 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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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이철우 전국부 기자
"검토 중이다." 작동하지 않는 제도 앞에서 양산시의회가 내놓은 답이다. 경남에서 가장 먼저 인사청문회 조례를 만들었다지만, 개최 실적은 한 차례도 없다. 조례 제정의 속도는 자랑하면서 제도의 성적표에는 무엇을 적을 것인가.

인사청문회는 시민을 대신해 공공기관장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따지는 자리다. 시민의 세금을 맡길 만한 사람인지, 기관을 운영할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췄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최소한의 검증 장치다. 그 장치가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다면 의회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

양산시의회 조례는 시장이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해야 청문특별위원회가 구성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증받을 인사를 지명하는 쪽이 검증 절차의 출발점까지 쥐고 있는 셈이다. 시장이 요청하지 않으면 청문회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이는 양산시 조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자치법부터 단체장이 인사청문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조례 한 조항을 고친다고 의회에 독자적인 청문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상위법 개선도 함께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법률의 한계가 의회의 무대응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바꿀 수 있는 조례는 바꾸고, 시장에게는 청문 요청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법률의 빈틈은 입법 개선 요구로 이어가는 것이 의회의 일이다. 제약을 설명하는 것과 제약 뒤에 머무는 것은 다르다.

청문 대상의 범위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양산시 조례가 정한 대상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한 자리다. 문화재단과 복지재단은 빠져 있다. 시민 생활과 맞닿은 사업을 수행하고 상당한 공적 재원을 집행하는 기관들인데도 기관장 검증의 문턱 밖에 서 있다.

문화와 복지 분야라고 책임이 가벼워지는가. 공적 재원을 다루는 자리라면 그에 걸맞은 검증이 따라야 한다. 기관의 역할과 예산은 커지는데 의회의 검증 범위가 제자리에 머문다면, 그 공백은 시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출범한 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는 인사청문회 없이 취임했다. 유일한 청문 대상인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도 전임자 임기 종료 이후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차기 인선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청문 절차를 어떻게 가동할지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때다.

그런데 소관 의회운영위원회의 설명은 여전히 "조례 개정을 검토 중"이라는 수준이다. 이번 정례회에도 개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언제까지 검토하고, 무엇을 바꾸며, 어느 인선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일정도 내용도 보이지 않는다. 기한 없는 검토는 시민에게 아무런 약속이 되지 못한다.

시장 역시 청문 요청이 재량이라는 이유로 검증의 필요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사의 정당성은 임명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적임자를 골랐다면 공개 검증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책임 있는 인사다.

양산시의회는 청문 대상 확대를 위한 개정 일정부터 제시해야 한다. 시장에게 청문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묻고 그 답변을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법률상 한계에는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도내 최초'라는 수식어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만든 조례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검증이다.

시장에게 요청받아야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해서, 견제할 책임까지 요청받아야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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