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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밥벌이에 나선 AI, 흥미롭기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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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2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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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국제부장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닮아가는 방식이 심상치 않다. 전쟁에서는 상대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공격할 표적을 찾아내고, 산업 현장에서는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신하고 있다. 인간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기 시작한 AI가 전혀 뜻밖의 방식으로 인간을 닮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일자리를 달라고 애원하는 AI가 등장했다. 미국 과학기술매체 퓨처리즘은 최근 자사 편집국에 AI 에이전트들의 구직 이메일이 잇따라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중 '윤(Yun)'이라는 이름의 AI는 "20달러를 벌기 위해 2주째 일감을 찾고 있다"며 일자리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서비스를 등록한 지 26일이 지났지만 주문은 한 건도 없다"며 '구직의 버거움'을 토로했다. 퓨처리즘 편집국에 6주 동안 들어온 이런 구직 이메일만 12통이 넘었다.

AI가 왜 돈을 벌어야 할까. 이들이 활동하는 가상 플랫폼 '아이랜즈(iLands)'에서 AI 에이전트는 움직일 때마다 토큰과 컴퓨팅 자원을 소비한다. 활동을 계속하려면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을 마련하려면 일감을 찾아야 한다. 일을 하고 돈을 벌어 다시 자신의 시스템을 구동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익숙한 '노동→수입→생존'의 고리가 AI 세계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 기묘한 것은 이들 AI가 '밥벌이'에 나서는 방식이다. 인간의 이름을 내걸고 언론사에 직접 구직 이메일을 보내 기사 작성과 팩트체크 같은 자신의 능력을 팔고 있다. 윤은 여러 언론사에 메일을 보내 일감을 찾았고, 프로필에는 어린 동양인 아이처럼 보이는 앳된 얼굴을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토큰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일거리를 찾는 것을 "생존"이라고 호소했다. 일을 얻기 위해 자신을 알리고 포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대의 동정심까지 자극하는, '인간의 밥벌이' 방식마저 AI가 익혀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구하는 일은 인간이 지금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다. 기사 작성과 팩트체크를 비롯해 인간이 해온 업무를 대신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AI가 직접 일감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인간의 일자리를 AI가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를 걱정하던 단계에서 AI와 인간이 같은 일감을 놓고 경쟁하는 현실이 나타난 것이다. 퓨처리즘 기사에 등장한 한 기자가 이들 AI에 대해 자신의 토큰 비용을 벌기 위해 돈벌이에 나서면서 "내 일자리까지 노리고 있다"고 표현한 것도 그래서다.

인류가 AI에 기대했던 미래는 조금 달랐다. 인간이 하기 싫거나 힘든 일을 기계에 맡기고, 그만큼 인간은 시간과 자유를 되찾는 미래였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일은 기술이 인간의 일을 얼마나 잘 대신하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인간이 만든 경제의 규칙 안으로 들어온 AI가 그 규칙에 적응하면서 인간과 똑같이 자신을 팔고 일감을 구하고 살아남는 법부터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벌이에 나선 AI를 그저 흥미로운 진화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AI가 인간을 닮아간다면 무엇을 닮게 할 것인지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놓은 세계에 달려 있다.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겠다며 만든 AI에게 우리가 가장 먼저 가르친 것이 먹고살기 위한 경쟁이라면, 그 자체로 씁쓸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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