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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박성수의 30년 수집史…이랜드 수장고에 잠든 100만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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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 기자

승인 : 2026. 10. 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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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7816점·북엔드 4674점 기네스
먼로 드레스부터 초고속 촬영 장비까지
30만 점 패션 아카이브…해외 전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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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왼쪽부터), 손민영 기네스 세계 기록 심사관,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총괄디렉터가 28일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랜드그룹
"서울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세계적인 규모의 패션·문화 아카이브로 키워나갈 것입니다."

28일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총괄 디렉터는 30여 년간 수집해 온 소장품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하 수장고에는 할리우드 스타 마릴린 먼로가 영화에서 입었던 드레스부터 대형 여행가방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소장품들이 자리했다. 전 세계에 단 2대만 제작됐다는 영화 촬영용 초고속 카메라와 약 30만 점의 의류를 보관한 패션 아카이브도 눈길을 끌었다.

이랜드그룹은 이날 R&D센터 1층에서 기네스 세계기록 공식 인증식을 열고 지하 1~2층에 마련된 이랜드뮤지엄 아카이브를 공개했다. 여행가방 7816점과 북엔드 4674점이 각각 세계 최대 컬렉션 부문에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이랜드가 1995년부터 수집한 패션·엔터테인먼트·스포츠·예술 분야의 소장품은 100만 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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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마릴린 먼로가 생애 출연한 32편의 영화 가운데 한 작품에서 실제로 착용했던 드레스가 전시돼 있다./강혜원 기자
먼저 둘러본 지하 2층에서는 마릴린 먼로 컬렉션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1954)에서 먼로가 실제 착용했던 드레스가 전시돼 있었다. 인근에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의상과 원작 소설 초판본 등이 놓여 있었다. 영국 출신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작품을 비롯해 지방시와 생로랑 등 유명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스케치와 의상도 전시돼 있었다.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남긴 자료까지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할리우드 영화 촬영에 활용된 초고속 카메라도 만날 수 있었다. 이랜드 측에 따르면 '디스타비전 하이스피드 1'은 전 세계에서 단 2대만 제작된 장비로, 1956년 영화 '십계'와 1977년 영화 '스타워즈'의 특수효과 장면을 촬영하는 데 사용됐다.

이날 기네스 세계기록 인증을 받은 여행가방 컬렉션에서는 교통수단의 발달에 따라 변화해 온 가방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마차가 주요 이동수단이던 시절 비와 눈이 흘러내리도록 윗부분을 둥글게 만든 돔형 트렁크부터 철도와 여객선의 등장으로 여러 개를 쌓기 쉬운 평평한 트렁크와 옷걸이·서랍을 갖춘 대형 트렁크, 항공 여행의 대중화와 함께 등장한 바퀴 달린 캐리어까지 시대별로 전시돼 있었다. 서 디렉터는 "여행가방은 단순히 짐을 보관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시대상을 담은 작은 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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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 지하 2층에 기네스 세계기록 인증을 받은 이랜드뮤지엄의 여행가방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강혜원 기자
지하 1층에서는 또 다른 기네스 인증 컬렉션인 북엔드를 볼 수 있었다. 책을 세워두는 받침대인 북엔드는 출판과 독서 문화가 확산하면서 수집 대상으로 발전했다. 전시장에는 단테의 '신곡' 등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북엔드를 비롯해 동물과 역사적 인물, 건축물 모양으로 제작된 북엔드가 놓여 있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실제 디자이너들이 이용하는 4000평 규모의 패션 아카이브였다. 넥타이와 코트, 패딩, 재킷, 점퍼 등 약 30만 점의 의류 샘플과 1만5000점의 패턴 자료가 종류별로 정리돼 있었다. 이곳은 스파오와 미쏘, 뉴발란스 등 이랜드 관련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시즌 상품을 기획할 때 참고하는 '의류 도서관'이다. 개별 샘플에는 관리용 라벨이 부착돼 있었으며, 대여 시스템을 통해 누가 어떤 자료를 빌렸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서 디렉터는 "의류는 소재 특성상 보존과 관리가 까다로운 소장품이지만, 패션기업인 만큼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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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랜드그룹
이랜드의 소장품 수집 역사는 창업주 박성수 회장의 관심에서 시작됐다. 평소 검소한 생활로 알려진 박 회장이지만 유명 인사의 소장품을 확보하는 데는 거액을 투자하며 경매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려왔다. 1995년부터 컬렉션을 확대해 온 이랜드는 2011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를 약 101억원에 낙찰받았다. 이듬해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유격수 아지 스미스가 경매에 내놓은 우승 트로피 등을 약 5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박정희·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의 소장품 등 국내 희귀 자료도 보유하고 있다.

소장품 확보에는 국제 경매뿐 아니라 미국의 '에스테이트 세일(Estate Sale)'도 활용하고 있다. 에스테이트 세일은 개인이 사망하거나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유품과 소장품 등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서 디렉터에 따르면 대중문화 소장품 수집과 패션 아카이브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각각 10명 안팎으로 구성돼 있다.

수집품은 그룹 사업에도 활용된다. 외식 브랜드 애슐리가 대표적이다. 애슐리라는 이름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등장인물 애슐리 윌크스에서 유래했다. 이랜드는 영화 관련 소장품을 일부 매장에 전시해 브랜드의 탄생 배경을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 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는 "수집한 소장품을 계열사 브랜드의 역사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전시를 통해 소장품을 선보이는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이랜드뮤지엄은 2020년 이후 25회 이상 전시를 개최했으며, 최근 3년간 누적 관람객은 110만 명을 넘어섰다.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뮤지엄과 루이비통, 미국 LA 아카데미 뮤지엄 등에도 소장품을 대여해 왔다.

이랜드는 이번 여행가방과 북엔드 인증을 계기로 최대 30개 부문의 기네스 세계기록에 도전할 계획이다. 약 2000점의 타자기 컬렉션과 패션 아카이브 등도 추가 도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소장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한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시 거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우석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장품을 전시하고 문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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