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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사라진 권력과 선택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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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승인 : 2025. 04.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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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3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역사상 세 번째 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끝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리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나섰다. 진척 없던 '공천개입' 사건도 대통령 파면 이후 관련자들이 연이어 소환되며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권력이 사라진 후 검찰이 스스로 정치적 결사체임을 시인하듯 움직이고 있다.

검찰에 대해 정치 집단화라는 비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사실 검찰 조직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잠자고 있던 수사들이 봇물처럼 터지며 재수사 대상에 오르내리고 권력의 유무가 수사 판단의 잣대가 되는 모습들을 보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날은 멀고도 멀어보인다.

상황에 따라 뒤바뀌는 검찰의 아전인수식 판단은 선택적 정의가 가진 이면의 악랄함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정치권은 검찰에 직접 수사 권한을 제한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수술대에 올리기도 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주도로 2022년 시행된 검수완박 조차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시행된 '또 다른 선택적 정의'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검찰 출신 대통령의 당선에 반발하며 임기 만료 직전 군사 작전을 하듯 법안을 통과시켰다. '졸속' 처리된 검수완박법은 이를 증명하듯이 경찰·검찰 수사권 갈등 증폭, 반쪽 짜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커다란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그 지위가 흔들리며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라는 반작용을 일으켰다.

검수완박의 부작용은 1차 수사를 담당하는 일선 경찰의 업무량도 가중하며 실무자들의 비극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졌다. 정교하게 설계되지 못한 법안으로 경찰은 갑자기 권한이 커져 우왕좌왕했고, 검찰은 손발이 묶인 채 원성만 높아져 갔다. 형사법 체계를 무시한 정치 권력자들의 선택적 정의의 실현 결과 경찰은 고질적인 사건 적체에 허덕이고, 검찰은 정치·부패범죄 척결에만 목을 매면서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검수완박법 시행 4년차에 접어든 지금 정치권에선 다시 '검수완박 시즌2'가 고개를 들며 검찰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검찰의 수사 권한을 온전하게 빼앗고 기소청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달리 말하면 검찰이 정치인인 자신들에게 손끝 하나 못 건드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는 첫 번째 검수완박 시행 당시에도 자신들을 검찰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는데, 보다 노골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다.

미국의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원칙보다 자신의 특권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곧 둘 다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둘러싸여 원칙을 저버린 검찰과 정치권을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뻔하다. 취사선택된 정의는 결코 정의라 할 수 없고, 국민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정의로 애꿎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2022년 당시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과 관련해 "결론을 미리 내놓고 하는 특위가 아니라 여야 및 유관기관이 모두 참여해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폭넓게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국회 특위를 구성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제라도 검수완박 시즌2가 아닌 원점에서부터 제대로 된 재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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