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은 보험회사가 어떤 상황에서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여력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 IFRS17 도입과 함께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반영한 K-ICS 제도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여전히 전체 지급여력비율만을 관리하며, 후순위채 등 자본증권 발행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증권은 실제 금융환경 변동에 따른 위기 발생 시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2022년 말 금리 급등기에 자본증권의 조기상환 포기를 선언 후 혼란이 발생하여 다시 상환한 모 생명보험회사의 사례는, 이러한 자본구조가 시장 변화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따라 유럽, 캐나다 등 해외 보험회사의 지급여력제도처럼 자본의 질을 구분하여 관리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양질의 자본을 기준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검토되어 보통주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총자본비율로 각각 구분하여 관리한다.
최근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이 의무준수기준으로 적용될 예정으로 국내 보험산업도 자본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이 포함되지 않은 기본자본만으로 산출하는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이미 보험회사 경영실태평가 항목이며 공시 항목이지만, 의무 기준이 없어 K-ICS 시행 이후 악화되고 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 이익잉여금 증가 외에도 파생상품, 공동재보험, 내부모형 활용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ALM(자산부채관리)이 필수다. 단기적 자본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과 부채의 만기, 현금흐름 그리고 금리민감도를 정합성 있게 조율해야 한다. K-ICS는 부채 시가평가 체계이므로 ALM 없이는 기본자본의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 ALM은 단순한 운용 전략이 아니라 자본관리의 핵심 수단이 되어야 한다.
자본여력이 부족한 회사가 당장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을 충실히 이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자본관리수준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필요하다. 아울러 이행과정에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여력이 충분한 회사는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을 활용해 시장에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적 실질을 반영한 K-ICS 제도는 보험회사 경영성과를 즉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 규제 준수를 통해 보험회사가 상품개발, 자산운용, 계약관리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위험관리수준을 제고하고 계약자를 보다 충실히 보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