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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란봉투법 시행 땐 철수” 주한유럽상의 경고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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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30. 00:01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우리나라 경제8단체에 이어 외국계 투자기업들까지 강력한 우려를 표명함에 따라 노란봉투법 시행이 국제적 이슈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BMW·루프트한자 등 유럽계 기업 400여 곳이 가입한 주한유럽상의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노란봉투법 입법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외투기업들은 노동관련 규제로 인한 법적 리스크에 민감하다"며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교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다수의 형사처벌 조항을 고려하면, 모호하고 확대된 사용자 정의는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파업권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개정하는 법안이 오히려 현재와 미래 세대의 고용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이날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불법 파업 시에도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두 차례 국회를 통과하고도 거부권에 막혀 폐기됐으나, 새 정부 들어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민주당이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현재 임금협상 결렬 등으로 제한됐던 파업이 공장 해외이전이나 구조조정 등 사유로도 가능해진다. 손해배상 청구제한 대상인 노동쟁의의 범위가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등'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불법파업에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독소조항까지 포함됐다. 회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시민단체나 하청업체 직원은 물론 해고 근로자도 노조원이 될 수 있어 기업들은 허구한 날 쟁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외투기업 43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3%가 근로시간 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노동규제로 한국 내 사업철수 또는 축소를 검토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주한유럽상의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적절한 지적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외투기업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주는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을 즉각 멈추고, 기업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 도출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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