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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위기의 건설업계, 지금 필요한 건 신뢰의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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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08.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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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본주택을 찾은 관람객들이 아파트 모형도를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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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김다빈 기자.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대사다. 한 번 시작된 시련이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온다는 뜻인데, 지금 건설사들의 상황과 겹친다.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로 부동산 경기는 급속히 얼어붙었고,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사업을 해도 적자가 쌓이는 경우가 속출하며 폐업 건설사도 늘었다.

올해는 여기에 '안전 리스크'가 더해졌다. 출발점은 지난 6월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였다. 그는 "건설사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매년 사망사고가 반복된다"며 "건설 면허 취소 도입이 어떻겠느냐"라고 언급했다. 이어 "공공 입찰 금지 등 가능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 발언 이후 포스코이앤씨, DL건설 등은 잇따라 대표이사가 사퇴했다. 아직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 수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한마디가 업계 전체를 흔드는 파장으로 이어진 셈이다.

물론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으로 '공사비 절감' 중심의 하도급 구조가 지목돼온 것도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비용을 아끼려다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한 대목은 업계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번 정부의 압박이 뿌리 깊은 안전관리 부실을 끊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건설사는 체질 개선의 기회로도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는 최근 안전 관련 전담 조직을 확대하거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업계가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또 다른 현장은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급 확대 기조를 내세우며 강남·한강변·용산 등 핵심지에서 알짜 사업이 잇따라 나오자, 건설사들은 사활을 걸고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경쟁이 과열되며 업계 스스로 얼굴을 구기는 장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 현장에서조차 경쟁사를 '쟤네', '걔들'이라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지자체가 중재에 나서도, SNS·메신저·온라인 카페 등에서 벌어지는 비방전은 멈출 기미가 없다.

설령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비방으로 따낸 공사'라는 낙인까지 남는다. △시공권 해지 위기 △일부 조합원들의 불신 △기업 이미지의 추락 등이 따라붙는 것이다. 과열 수주전에서 얻은 승리는 결국 장기적 리스크로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고금리·부동산 침체·안전 리스크라는 삼중고 속에 업계는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럴수록 필요한 것은 상대를 겨누는 날 선 말이 아닌 업계가 함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격려와 신뢰의 언어다. 한마디가 업계를 무너뜨릴 수도, 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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