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전략, 팬이 만든 한국 모터스포츠의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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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에서는 금호 SLM과 서한 GP, 비트알엔디, 오네 레이싱 등 주요 팀이 엔진 점검과 마지막 세팅에 몰두했다. 메인 그리드 주변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팬클럽, 그리고 렌즈를 든 사진 동호인들이 모여들었다. 한 해의 긴 레이스를 마무리하는 날답게 현장은 축제의 온도와 긴장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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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 예선에서 이창욱(금호 SLM, #24)은 1분51초811을 기록하며 전날 노동기(#19)의 랩 레코드를 경신했다. 국내 최상위 클래스의 완성도를 상징하는 기록이었다.
결승에서도 그는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스타트 직후 팀 동료 노동기의 압박을 받았지만, 초반 라인 싸움에서 안정된 코너 진입으로 리드를 지켰다. 경기 중반 GT4 클래스 장규진(금호 SLM)의 사고로 세이프티카(SC)가 투입되면서 격차가 줄었고, 금호 SLM은 전략적으로 피트 스탑을 선택했다. 그러나 SC 상황에서의 피트 인은 규정 위반으로 판정돼 드라이브 스루 패널티가 부과됐다.
이창욱은 패널티 이후 빠르게 복귀해 페이스를 회복했고, 장현진(서한 GP)과의 격차를 7초 이상 벌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즌 다섯 번째 우승이었다. 총점 171점으로 2025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지은 순간, 금호 SLM 피트에는 팀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금호 SLM은 시즌 9라운드 중 6라운드(이창욱 5승, 노동기 1승)를 석권하며 팀 챔피언을 차지했다. 한 해 동안 이 팀의 일관된 페이스와 안정적인 레이스 운영은 관중석에서도 명확히 체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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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SLM의 경쟁력은 드라이버 개인의 기량뿐 아니라 팀의 운영 안정성에서도 드러났다. 피트에서는 타이어 교체와 차량 점검 등 절차가 일관되게 이뤄졌고, 경기 중 돌발 변수에도 빠른 판단이 이어졌다.
슈퍼레이스의 최상위 클래스인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은 동일한 차체를 사용하지만, 세팅과 운영 전략에서 팀마다 뚜렷한 색깔이 드러난다. 금호 SLM은 경기 내내 안정적인 주행을 유지했으며, 이번 최종전에서도 세이프티카 투입과 패널티 상황 이후 빠르게 흐름을 회복하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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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 클래스에서는 정경훈(비트알엔디)이 시즌 누적 포인트 130점으로 8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한재희(이고레이싱)가 폴 투 피니시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경훈은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종합 타이틀을 지켜냈다.
그는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가 100경기 이상 출전 드라이버에게 부여하는 '센추리 클럽' 명단에도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국내 모터스포츠에서 보기 드문 장기 커리어의 축적이다.
정경훈의 주행은 화려함보다는 완주 중심의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오랜 기간 쌓인 경험과 안정된 팀 운영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였다. 피트 내부에서도 그의 차량 주변에는 동료와 후배 드라이버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 GT4·GTB·프리우스PHEV·알핀·래디컬 컵, 다층적 레이스의 확장
최종전은 각 클래스의 새로운 챔피언들이 탄생한 무대였다. GT4 클래스에서는 필킴(볼가스 모터스포츠)이 예선 1위에 이어 결승에서도 우승을 거두며 완벽한 주말을 보냈다. 김화랑(오네 레이싱)은 2위를 기록했으나 시즌 누적 포인트에서 우위를 지켜 2025시즌 GT4 종합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GTB 클래스의 첫 챔피언은 이중훈(레퍼드레이싱)에게 돌아갔다. 예선과 결승 모두 1위를 차지하며 클래스 신설 이후 첫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프리우스 PHEV 클래스에서는 강창원(부산과학기술대학교)이 예선 2위에서 출발해 안정적인 주행으로 우승, 2년 연속 드라이버 챔피언에 올랐다.
알핀 클래스에서는 홍찬호(자이언트 팩토리)가 결승 우승을 차지했으며, 시즌 종합 챔피언은 김정수였다. 래디컬 컵 코리아에서는 SR1 김태영(데이브컨텍스트), SR10 김택성(그릿모터스포트), SR3 전윤(그릿모터스포트)이 각각 우승했다.
클래스별 결과는 국내 모터스포츠가 기술적 다양성과 친환경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프리우스 PHEV의 존재는 친환경 레이스 참여가 점차 제도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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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레이스는 트랙 안팎이 동시에 움직이는 경기다.
CJ대한통운이 공식 후원사로 나서며 대회의 기반을 제공했고, 토요타는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금호 SLM은 시즌 전체를 통해 자사 타이어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검증하며 기업 신뢰도를 높였다.
스피드웨이 현장에서는 피트워크 타임에 관람객들이 차량과 드라이버를 가까이서 만나며 레이싱의 매력을 체감했다. 브랜드 부스와 팀 전시존에서는 각 기업이 기술력을 홍보했고, 팬들은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나누며 하나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슈퍼레이스가 자동차 경기뿐 아니라 브랜드와 팬이 함께 만드는 산업 생태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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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터스포츠는 여전히 인프라와 예산의 제약 속에 있다. 하지만 2025시즌은 그 한계 속에서도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줬다.
CJ대한통운의 후원, 토요타의 클래스 운영, 금호의 기술 지원 등 민간 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또한 GT4, GTB, PHEV 등 다양한 클래스가 도입되며 레이서와 엔지니어, 브랜드의 참여 폭이 넓어졌다. 이창욱과 김화랑 등 젊은 드라이버들의 부상은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회 관계자들은 "각 클래스의 다양화가 곧 산업의 저변 확대"라며 "참가팀과 관람객이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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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레이스 조직위원회는 2026시즌을 맞아 경기 운영 전반에 걸친 변화를 예고했다.
CJ대한통운이 후원하는 오네(O-NE)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은 관객 중심의 '다이내믹 시즌'을 목표로, 결승 거리와 규정, 상금 체계를 모두 재정비한다.
우선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의 결승 거리가 기존 최대 170km에서 약 100km 내외로 줄어든다. 경기 시간이 짧아지는 대신 모든 승부가 압축되며, 드라이버 간 순수한 레이싱 배틀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피트스탑 의무 규정이 폐지되고, 시즌 중 단 1~2회의 피트스탑 레이스만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2025시즌까지 유지되던 최대 50kg의 석세스 웨이트 제도가 전면 폐지된다. 동일한 조건에서 맞붙는 레이스는 드라이버의 순수 실력과 팀의 세팅 능력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타이어 규정 또한 다양화가 검토된다. 경기 형태에 따라 수량을 차등 적용해, 각 팀이 라운드 특성에 맞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더블라운드나 내구 레이스에서는 전혀 다른 전략적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상금 규모도 확대된다.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강화해, 더 많은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2026시즌은 4월 개막전부터 10월 최종전까지 약 7개월간 총 6회 대회, 8라운드 체제로 운영된다. 개막전과 최종전은 더블라운드로 진행되어, 관람객이 하루 동안 예선과 결승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다. 여름에는 시원한 밤하늘 아래 펼쳐지는 나이트 레이스도 이어질 예정이다.
조직위는 조직위원회는 결승 거리 단축과 규정 개편을 통해 관객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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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종전은 결과 이상을 남겼다.
이창욱의 시즌 5승과 정경훈의 8연패, 각 클래스의 새로운 챔피언들이 만들어낸 레이스는 한 해의 기술 진화와 조직력의 결과였다.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피트 안에서는 데이터 백업과 타이어 분석이 이어졌고, 다음 시즌을 향한 준비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엔진이 식은 자리에서도 산업의 온도는 식지 않았다. 2026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은 이 기록 위에서 또 다른 경쟁과 혁신의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