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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부담·‘엡스타인 파일’… 트럼프 2기 국정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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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1. 18. 09:30

이민 단속 등에 후순위로 밀린 생활비 문제, 최대 위협 부상
공화당 내 일부 의원, 엡스타인 관련 문건 추가 공개 압박
USA POLITIC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태스크포스(TF)'와의 회의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유지해 온 '정치적 무적(無敵)' 이미지가 깨지고 있다.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이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 추가 공개를 압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응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치러진 주지자·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잇따라 승리한 데 이어, 내년 의회 권력 구도를 결정할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장악해 온 워싱턴의 '절대적 지배력'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방정부 구조를 재편하고,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 군 병력을 투입했으며, 군사작전의 법적 논란을 사실상 무시해 왔다. 취임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는 선반이나 벽난로 위 공간이 화려한 황금장식과 금박 소품들로 채워졌고, 벽에는 빈 곳이 별로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대형 초상화들이 내걸렸다. 심지어 백악관에 총 2억5000만달러(약 3560억원)를 투입해 금으로 장식한 무도회장을 새로 짓는 상징적 '권력 과시 프로젝트'도 거침없이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세적 집권 운영 방식만으로는 달라진 정치 현실을 가릴 수 없다고 AP는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보다 낮아졌다 해도 국민 체감경기는 여전히 악화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불가능한 '레임덕'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는 집권 연장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지만 헌법상 3선은 허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하원에서 추진되는 '엡스타인 관련 문건 공개 법안'에 반대해왔다. 자신을 오래 괴롭혀온 각종 조사·의혹의 연장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 16일 돌연 입장을 바꿔 "이제는 이 문제를 정리할 때"라며 법안 표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드물게 패배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AP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과 결별하며 강경파를 다시 길들이려 애쓰고 있지만, 동시에 내년 중간선거에서의 패배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되면, 트럼프의 주요 정책은 제동이 걸리고 그의 행정부를 겨냥한 조사가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주정부 지도자들에게 선거구 재획정을 압박해 공화당의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인디애나 공화당이 내 요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협조하지 않는 의원들에게 경선 도전자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다수당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야 한다. 공화당은 싸워야 한다!"고 적었다.

의회 다수당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일상 경제에 대한 불안 해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 구축과 이민 단속 강화에 더 집중하면서 생활비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일부 소비자 비용이 "조금 더 높아졌다"고 인정했다. 생활비 부담을 둘러싼 불만이 커지자, 그는 자신의 핵심 경제 정책이던 관세 전략을 일부 후퇴시킬 수밖에 없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커피·쇠고기·열대과일 등 수입품에 부과되던 관세를 낮췄는데, 이는 관세가 오히려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AP는 전했다.

또한 그는 부유층을 제외한 모든 미국인에게 2000달러 '관세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연방 부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의회가 이를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현금 지급이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초 뉴저지·버지니아 등 여러 지역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트럼프 경제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을 드러내는 지표로 풀이된다. 공화당 베테랑 여론조사 전문가 닐 뉴하우스는 "민주당의 승리 자체는 놀랍지 않지만, 그 폭과 깊이가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한 채 '곧 좋아진다'고 설득하려 했던 실수를 공화당도 반복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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