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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제3자 부당개입, 정책자금 좀먹는 독버섯에 ‘법적 족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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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은 기자

승인 : 2026. 02. 24. 17:39

정책자금은 벼랑 끝에 선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국가적 자산이자 마지막 보루다. 하지만 그 간절함을 미끼 삼아 고액 수수료를 갈취하고 허위 대출을 조장하는 '제3자 부당개입'은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고질적인 악습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방안들이 반갑기는 하지만 단순히 정책적 가이드라인이나 서비스 개선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법 브로커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의 보완이 시급하다.

그동안 불법 브로커들은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독버섯처럼 자랐다. 제도를 잘 모르는 기업을 상대로 정부·기관을 사칭하거나 허위 서류 작성을 종용하고 성공조건부 계약을 빌미로 자금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수수료를 챙기는 행태는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

보험 끼워팔기나 부정 청탁 같은 구태의연한 부당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걸려도 큰 타격이 없는 느슨한 제재 때문이다. 중기부가 이번에 부당개입 불법행위에 대한 정의규정과 제재규정을 명문화하겠다고 밝힌 대목에 힘이 실려야 하는 이유다.

행정 혁신을 통한 문턱 낮추기는 분명 고무적이다. 신청서류를 50% 감축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업계획서 초안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브로커가 개입할 수 있는 정보의 격차를 좁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법적 구속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책은 교묘하게 진화하는 브로커들의 수법을 따라잡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제3자 부당개입을 단순한 업무 방행 수준이 아닌 공공 재원을 편취하는 국가 경제 범죄의 틀 안에서 다뤄야 한다. 정책자금 컨설팅 등록제를 도입해 양성화하되 등록되지 않은 주체의 개입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의 강력한 형사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걸리면 말고 안 걸리면 대박'이라는 브로커들의 파렴치한 심리를 꺾을 수 있다.

아울러 민간 플랫폼과의 협업이나 신고포상제 역시 법적 근거가 탄탄할 때 비로서 실효성을 갖는다. 불법 행위의 범위를 법으로 명확히 규정해야만 신고의 객관성이 담보되고 플랫폼사의 필터링 시스템도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정책자금은 눈먼 돈이 아니라 절박한 돈이다. 그 절박함에 빨대를 꽂는 행위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도록 중기부와 국회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선언적인 대책만으로는 독버섯을 제거할 수 없다. 불법 브로커들의 발을 묶을 단단한 법적족쇄가 마련될 때 정책자금은 비로서 그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고 적재적소에 흐르는 진정한 희망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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