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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유령도시로 변해버린…처참한 中 신도시 슝안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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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6. 02. 23. 13:42

시진핑의 도시로 불리는 야심작
실리콘밸리가 모델인 천년대계 계획
하지만 현실은 유령도시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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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성 슝안신구 전경. 도시의 인프라는 거의 완성됐으나 유령도시처럼 활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12년 전의 계획대로라면 이곳은 봉황이 날아오는 꿈의 도시가 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180도로 완전히 다르다. 솔직히 잡새도 돌아보지 않는 유령도시가 돼버렸다. 희망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괜히 이곳으로 왔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막급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베이징 주민으로 반평생을 살다 약 10여년 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직접 건설을 진두지휘한 중국판 실리콘밸리 슝안(雄安)신구로 이주한 60대 초반의 반(班)모씨는 주변의 황량한 빌딩 숲을 바라보면서 긴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의 선택을 정말 후회한다는 표정이 얼굴에서 절실히 읽히고 있었다.

슝안신구 이주가 자신의 인생에서 단행한 몇 안 되는 결정적 선택들 중 단연 최악이었다는 반모씨의 계속되는 술회는 기자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슝안신구 평원의 텅텅 빈 듯한 전체 풍경을 살펴보면 진짜 괜한 게 아닌 듯했다. 베이징을 대체할 스마트 시티로 10여년 이상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 내의 슝(雄)현과 안신(安新)현 주변에 추진되는 프로젝트가 이제는 중앙 정부조차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불리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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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안신구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 거의 텅텅 비어 있다고 해도 좋다. 천년대계라는 구호가 영 무색하다./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에서 1시간 거리에 소재한 슝안신구는 한때 대단한 화제를 몰고온 뉴스메이커였다고 해도 좋았다. 하기야 실리콘밸리와 스마트 시티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상황에서 그렇지 않았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했다. 더구나 시 주석이 평생 남을 자신의 치적으로 추진했다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이 신구의 인프라 건설에만 최소 2조 위안(元·420조원)이 투입됐다는 사족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실제로 슝안신구의 외관은 정말 엄청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우선 도시의 전체적 외관이 실리콘밸리에 못지 않다. 스마트 시티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재들을 유인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는 기가 막히다는 표현이 딱 알맞다. 주민들이 어느 곳에 거주하든 자녀들의 각종 학교 등원 시간이 평균 15분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베이징 일대에 소재한 대기업과 대학, 병원들도 일부 입주했거나 곧 이주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조금 깊숙하게 들어가면 얘기는 확 달라진다. 당초 예정됐던 인프라가 100% 완공됐다는 느낌이 드나 도심은 진짜 한산하기만 하다. 프로젝트 초창기에 들었던 현대판 만리장성이라는 찬탄이 영 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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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슝안신구 번화가인 아오터라이쓰 아울렛 주변 풍경./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맞아 아들과 함께 최대 번화가인 아오터라이쓰(奧特來斯) 아울렛을 찾은 시민 쩌우화(鄒華)씨가 "지금이 춘제 연휴라서 이런 것이 아니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학생 충원율이 20%도 채 되지 않는다. 대학이나 병원 역시 상태는 비슷하다. 간판만 걸어놓고 있다. 이 도시 건설 프로젝트가 천년대계라고 하는데 진짜 그런 것 같다. 천년 정도 지나면 도시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자조하는 것은 역시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 주석의 야심작이 왜 이처럼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이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베이징 등에서 슝안신구에 이르는 교통망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당분간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내수 경제, 부동산 거품의 붕괴 등도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인근에 베이징과 톈진 등의 대도시들이 많다는 사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이런 난제들이 상당 기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길에 슝안신구의 밤풍경을 보면서 이 유령도시가 직면한 딜레마가 계속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았나 싶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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