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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이제 도구를 넘어 동료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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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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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 소프트웨어 제국의 균열: '코딩'의 종말이 던지는 메시지

최근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은 유례없는 공포와 환희가 교차하는 폭풍우 속에 놓여 있다. 발단은 앤트로픽(Anthropic)이 선보인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기술이다. 안 그래도 이 회사의 AI 코딩 역량은 놀라울 정도라고 평가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려 코딩부터 디버깅, 테스트까지 스스로 해결하며 프로젝트 자체를 완결하는 수준까지 높여 놓았다. 그걸 이용해 만든 서비스가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다. 이 서비스는 코딩은 물론, 법률, 회계, 마케팅 등 분야별 전문성이 놀라울 정도로 강화되었는데 이 덕분에 기존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해 버렸다. 모든 분야에서 진짜 함께 일할(Co-work) 동료가 생긴 것이다. 거기다 플러그인 기능을 더해 진정한 비서 역할까지 가능하게 구현했다. 이메일 답변 등 반복되는 단순 업무를 스스로 학습해 본인 개입 없이 자동 처리하도록 해준 것이다. 진정한 비서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지각 변동을 유발한 앤트로픽의 개발자수는 빅테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앤트로픽이 AI 동료와 함께 일하며 코딩의 혁명을 실증한 것이다.

앤트로픽의 성취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AI는 이제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챗봇'의 단계를 지나, 스스로 판단하고 코드를 짜며 실행까지 완수하는 '실행형 에이전트'로 완전히 진화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모니터 안의 디지털 세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6년 현재, AI 에이전트는 물리적 로봇과 결합하여 공장과 물류창고, 그리고 우리 일상의 현장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업무를 위해 정해진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야 했다면, 이제는 내 업무의 맥락을 완벽히 이해하는 AI 동료에게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로봇에게 '실행'을 명령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AI와 로봇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 이른바 '에이전트 경제(Agent Economy)'의 초입에 서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 상실'에 대한 공포가 뒤따른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로봇 도입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유통 거인 월마트(Walmart)의 사례는 우리가 막연한 두려움 대신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월마트는 최근 수십 개의 물류 센터에 자율 주행 지게차(FoxBot)를 전격 도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기존 지게차 운전사들을 해고하는 대신, 그들에게 '로봇 운영 및 관리 교육'을 제공해 새로운 직무로 전환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육체적으로 고된 지게차 운전을 직접 수행하던 노동자들은 이제 모니터 앞에 앉아 1인당 최대 6대의 무인 지게차를 감독하는 '로봇 관제사'이자 '시스템 관리자'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노동 가치를 '단순 반복'에서 '지능형 관리'로 격상시킨 사례다. 기술은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침입자가 아니라, 인간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고 더 높은 차원의 업무로 인도하는 조력자로 작용했다. 월마트는 디지털 전환의 시기에도 해고를 최소화하고 업무 전환을 적극 유도하는 중이다. 아마존과는 다른 기업의 고용 철학을 유지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정답은 AI와 로봇을 경쟁 상대로 보지 않고, '함께 일해야 할 동료'로 인정하는 인식의 대전환에 있다.

첫째, '프롬프트 리터러시'를 넘어 '협업 지능'을 갖춰야 한다. 단순히 명령어를 잘 입력하는 수준을 넘어, AI 에이전트와 로봇에게 업무의 목표와 맥락을 명확히 전달하고 결과물을 조율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함께 일하며 경험치를 키워야 한다.

둘째, '업스킬링(Upskilling)'을 통한 직무 재정의가 시급하다. 월마트의 사례처럼, 기업은 기술 도입과 동시에 구성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대대적인 교육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혁명기에는 교육이 가장 큰 힘이 된다.

셋째, 근거 없는 공포를 버리고 혁신의 잠재력을 선점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 폭락은 기존 질서의 붕괴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서에서 엄청난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뜻한다. 기술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혁명은 결코 '쇄국'정책으로 막아낼 수 없는 인류 문명 변화의 물결이다.

◇ AI 문명시대, 빛나기 시작한 대한민국

최근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AI 시대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지컬 AI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뿐 아니라 근간이 되는 탄탄한 제조업까지 보유한 대한민국은 AI 시대를 리드할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앤트로픽과 로봇이 쏘아 올린 AI의 충격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위기이지만 잘 준비하는 자에게는 설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느냐다. AI 혁명은 파업과 붉은 머리띠로 막을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신문명에 대한 학습이 오히려 절실한 시기다.

이제 AI와 로봇은 우리 책상 위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 옆자리에 앉은 가장 유능한 동료다. 근거 없는 공포에 매몰되어 혁신의 발걸음을 멈추기보다, 이 강력한 동료들과 어떻게 손을 잡고 시너지를 낼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가 얘기한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다'라는 발언이 우리에게는 경고처럼 들린다. 지금은 AI를 배우고 배우고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며 동료로 함께 일할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다. 함께 공부하며 대한민국 레벨업을 완성하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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