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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러시아는 2025년 기준 미국(5177개)보다 많은 핵무기(5459개)를 가진 최다 핵보유국이고, 미국의 10배에 가까운 2000여 개의 전술핵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2018년 미국 핵무력을 기술적으로 제압할 '차세대 비대칭' 신형 핵무기 5종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것이 오늘날 푸틴이 자랑하는 사르마트(Sarmat) 신형 ICBM, 아방가르드(Avangard) 극초음속 활공체, 포세이돈(Poseidon) 핵어뢰, 킨잘(Kinzhal) 공대지 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핵순항미사일 등이다. 중국은 핵보유량이 미·러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핵군비통제에 불참한다는 논리하에 핵무력을 증강해 왔다. 시진핑이 집권했던 2012년 200~300개에 불과했던 핵무기는 600~700개로 늘었고, 2035년까지 1500개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하에 DF-41과 DF-31 ICBM, JL-3 SLBM, 공중발사 핵미사일 등으로 핵3축 체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맞대응'을 선택한 것인데, 큰 그림에서 보면 중국을 핵군비통제 체제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 '3强·6中·多弱'의 핵다극화 시대 도래하나
New START가 전 세계 핵무기의 85% 이상을 가진 미·러 간에 마지막 남은 핵군비통제조약이었다는 점에서 이 조약의 해체가 핵질서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은 간단하지 않다 첫째, 미·러 간 무제한적 핵경쟁에 조만간 중국이 가세함에 따라 핵세계는 미·러·중 3강이 위험한 핵게임을 벌이는 시대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전략방어구상(SDI)을 돌파할 신무기 개발을 시도하다가 소련연방이 해체되었듯이, 이번에도 경제적으로는 미들파워에 불과한 러시아의 핵야망이 연방의 해체를 자초할 수 있다.
둘째, 나머지 6개 핵보유국도 안보불안을 느끼면서 핵역량 강화에 나설 것이다. 유럽은 자체 핵우산을 추구할 것이며, 이스라엘과 북한도 양적·질적 핵증강을 꾀할 것이다. 특히 북한은 대미(對美) '공세적 생존전략(Offensive Survival Strategy)'과 대남(對南) '공세적 핵전투 전략(Offensive Warfighting Strategy)'을 더욱 고도화하려 할 것이다.
셋째, NPT 체제의 약화와 미국의 신고립주의 동맹정책으로 핵우산의 신뢰성이 무너지고 유럽·중동·아시아의 여러 비핵국들이 강한 핵개발 동기(動機)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10년 정도가 지난다면 핵문턱이 낮아지고 오판에 의한 핵전쟁 가능성이 크게 늘어난 '3강·6중·다약(多弱)'의 위험한 핵다극화 시대가 전개될 수 있다.
◇ 다시 '평화적 핵주권'을 생각한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도 막중한 핵안보 과제들을 상기시켜 준다. 우선, 한국은 미국의 동맹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핵위협은 결코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인지하고, 동맹 차원의 확장억제 및 연합대응 체제를 유지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협의를 통해 합의한 핵·재래 통합(CNI) '일체형 확장억제'를 반영한 연합작전계획을 구체화하고 각종 연합연습을 통해 핵우산의 실효성을 과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북핵 억제를 전적으로 동맹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그러다가는 '치명적인 안보공백(lethal security vacuum)'과 '전략적 마비(strategic paralysis)'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핵공격이 현시적으로 임박함에도 미국이 확장억제를 가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가생존을 담보할 전략적 수단도 없이 북한과 미국의 눈치만 살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요컨대 동맹을 안보를 담보하는 하나의 축으로 삼아야 하는 처지에 있는 한국이 동맹의 합의가 없는 핵무장에 나설 수는 없지만, 평시에 농축·재처리 권리 확보, 핵분열 물질 비축, 삼중수소 비축, 운반수단 고도화, 핵추진 잠수함 보유 등은 한국이 추구해야 할 최소한의 대비책이다. 그것이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의 정부들이 외면해 온 'NPT의 범주 내의 평화적 핵주권'이자 한국이 당연히 머금고 가야 할 '핵잠재력'일 것이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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