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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나뉘지 않는다”…오쿠야마 요시유키가 다시 쓴 ‘초속 5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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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3. 02. 11:17

[인터뷰] '초속 5센티미터'를 연출한 오큐야마 요시유키 감독
신카이마코도 감독 원작과 다른 시간 구성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미디어캐슬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미디어캐슬
'스즈메의 문단속'(2023), '너의 이름은'(2017)을 연출한 일본 에미메이션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07년 제작한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가 실사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 달 25일 국내에 개봉했다.

주인공 타카키와 아카리의 사랑과 그리움을 덤덤하고 차분하게 그린 원작은 짙은 여운을 남기며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9년만에 실사로 옮겨진 영화에선 시간의 흐름을 따라 감정이 나열됐던 원작과 달리 현재의 타키키를 기점으로 과거의 장면들을 재구성한다. 2008년 서른을 앞둔 타키키(마쓰무라 호쿠토)는 회사원으로 건조한 일상을 살아간다. 동료 리사(기쿠 마이)와 연인 관계를 이어가지만 초등학생 시절 첫사랑 아카리(다카하타 미쓰키)와 멀어진 이후 공백을 쉽게 메울 수 없다. 어린 날 벚나무 아래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그날이 가까워지면서 마음에 동요가 인다. 아카리와 리사 등 여성 인물의 심리를 전면에 세우며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이 얽히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입체적인 성장 서사로 확장된다. 어린 시절 아카리가 남긴 "초속 5센티미터래,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라는 문장은 성인이 된 타키키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며 시간의 연속성을 환기한다.

영화에는 "과거에서 만났던 소중한 것들이 추억이라기보다 지금도 일상이다"라는 대사도 등장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오쿠야마 감독은 "시간은 나뉘어 존재하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다"며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기억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구성하는 일부라는 인식이 이번 구조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초속 5센티미터
'초속 5센티미터' 미디어캐슬
초속 5센티미터
'초속 5센티미터' 미디어캐슬
영화의 화면은 '그리움과 새로움이 섞인 얼굴'이어야 한다는 것도 오쿠야마 감독의 핵심 설계였다. 오쿠야마 감독은 디지털로 촬영한 후 이를 16mm 필름 레코딩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이를 구현했다. 음악은 원작과 의미적 합치에 중점을 뒀다. 원작에서는 아마자키 마사요시의 '원 모어 타임, 원 모어 찬스(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는 감정의 정점에 전곡이 흐르며 강하게 작동한다. 다카키가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다가 갑자기 내려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순간 그 곡이 등장한다. 감독은 그 장면을 "표류하듯 떠돌던 다카키가 처음으로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바꾸려는 한 발"로 규정했다.

시간 구성의 변화도 의도된 선택이었다. 원작이 시간 순으로 흐르는 반면 실사판은 성인이 된 현재를 축으로 과거를 오가며 교차한다. 오쿠야마 감독은 "시간의 흐름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해 말하지만 사실 모든 시간은 이어져 있고 과거에서 만났던 소중한 것들이 추억이 아니라 지금도 일상이라는 대사 역시 그런 관점에서 넣었다.

풍경의 쓰임은 촬영보다 편집에서 결정됐다. 밤하늘, 시골길, 바다 같은 배경이 인상적이라는 질문에 "촬영할 때는 풍경을 의식하지 않고 찍었지만, 편집에서 어디에 넣느냐에 따라 관객이 그 풍경에 어느 인물의 감정을 이입하는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풍경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품고 관객이 그 감정을 엿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싸움이 끝난 뒤 홀로 방 창밖을 바라보다 눈물이 나는 순간처럼 감정은 사람 앞에서보다 풍경 앞에서 더 크게 움직이기도 한다며 풍경을 감정의 매개로 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로 '나의 발'을 비추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따돌림을 경험했고 일본 사회에서 따돌림 문제가 자살률과도 연결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해 그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한국 작품인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김보라 감독의 '벌새'를 보고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미디어캐슬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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