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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규제 발표와 예외 확대…오락가락 탈플라스틱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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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3. 09. 18:05

‘컵 따로 계산제’ 실효성 논란
택배 포장 규제도 예외 확대
환경 명분 아래 늘어나는 현장 부담
4월부터 카페 등 매장 내 일회용품 다시 사용 금지<YONHAP NO-3424>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모습./연합
이세미1-4 (2)
이세미 기획취재부 기자
이른 아침과 점심시간 카페에는 항상 커피를 찾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어느새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더러는 빨대를 거부하고 테이크아웃 컵만 받아들고 가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마트나 쇼핑몰에선 일회용품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실리콘 재질의 생활용품이 늘었다. '탈(脫)플라스틱'을 향한 의지와 책임감에서 비롯된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곧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흐물거리는 종이 빨대 대신 플라스틱 빨대를, 무거운 텀블러보다 가벼운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찾는 소비자도 여전히 많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매장 내 일회용 컵 규제도 어느새 흐지부지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번 대책의 핵심인 '컵 따로 계산제'는 시작부터 설익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100~200원의 일회용 컵 가격을 음료값과 분리해 영수증에 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인데, 대다수 소상공인은 이미 컵값을 음료 가격에 포함시켜왔다. 이를 강제로 분리하면 주문 과정에서의 혼선은 물론, 세척과 관리라는 추가 노동까지 고스란히 자영업자의 몫이라서다. 이번에도 '환경 보호'라는 명분 아래 발생하는 비용과 피로를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되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빨대 사용을 '원칙적 금지'하겠다면서도 '요청 시 제공'이라는 예외에 대해 현장에선 탄식이 터져 나온다. 정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거둬지지 않는 이유는 또 추가됐다. 카페 뿐만 아니라 택배 포장 규제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택배 포장 쓰레기를 줄이겠다며 박스 내부 빈 공간 비율을 절반 이하로 제한하는 '과대 포장 규제'를 도입했지만, 현장의 어려움을 이유로 유리·도자기 등 깨지기 쉬운 제품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자동화 설비를 사용하는 물류업체에도 예외를 두기로 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포장재에는 빈 공간 허용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규제를 내놨다가 다시 예외를 넓히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탈플라스틱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하지만 환경 정책은 좀 더 현실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컵 하나, 빨대 하나를 규제하는 단편적 접근으로는 산업 구조와 소비 체계를 바꿀 수 없다.

이제라도 카페를 '정책 실험장'으로 삼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세밀한 가이드라인, 그리고 자영업자의 희생이 아닌 인프라 구축 중심의 로드맵이 우선이다. 국민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정책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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