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서 보듯이 위성은 이제 산업 인프라를 넘어 현대 군사력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등 안보·외교·정치의 기반 시설로 진화
더 많은 위성이 진입할수록 전파 간섭, 궤도 혼잡, 충돌 위험도 커지므로 기술 경쟁만큼 주파수와 궤도 배분에서 선점이 중요
최근 중국은 국제통신연합에 20만 기 이상 위성군을 신청해 궤도와 주파수 '싹쓸이' 선점 시도
5대 우주강국 도약이 목표인 우리나라도 주파수와 궤도의 국제적 배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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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기반 정보와 정밀 위치 데이터는 군사 작전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단순한 민간 통신 서비스가 아니었다. 전장 통신을 유지하고, 드론 영상을 전송하며, 지휘통제를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했다. 위성 기술은 더 이상 부수적 보조수단이 아니라 현대 군사력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기반시설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현대전은 무기체계 경쟁인 동시에 위성, 통신망, 영상 데이터 경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보가 많아진다고 해서 세계가 더 평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시간 전황 중계는 자국 우선주의와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힘의 정치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란 공습 장면이 전 세계로 전파될수록 그것은 단순한 군사 행동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전황 영상은 국민적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는 현대전이 물리적 충돌인 동시에 영상과 통신을 매개로 한 정치적 수단까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위성은 단순한 산업 인프라를 넘어 안보·외교·정치의 기반시설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반시설이 규제 없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학적으로 위성 궤도와 주파수는 전형적인 희소 자원이면서 동시에 '외부효과'가 큰 영역이다. 외부효과란 한 경제 주체의 활동이 제3자에게 의도치 않은 이익이나 손해를 끼쳐 시장 전체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먼저 온 방문객이 버린 쓰레기로 공원 환경이 악화되면, 결국 전체 방문객이 피해를 보는 상황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위성 산업에서는 기술 경쟁만큼이나 규제 경쟁이 중요하다. 더 많은 사업자와 국가가 위성 시장에 진입할수록 전파 간섭, 궤도 혼잡, 충돌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기술을 먼저 개발하느냐 못지않게, 누가 먼저 규제안에서 유리한 지위를 갖느냐가 중요해진다. 위성 규제를 담당하는 국제기구인 국제통신연합(ITU)이 위성망 신고, 주파수 조정, 비용 회수 절차 등을 통해 이 질서를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중국이 국제통신연합에 20만 기가 넘는 대규모 위성군 관련 신청을 제출하면서 논쟁이 벌어진 것도 이러한 규제 경쟁의 한 사례다. 그 모든 위성이 실제로 발사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런 선점 시도 자체가 협상력을 만든다. 후발 국가는 아직 발사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진입 경로 자체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들어온 국가가 사실상 우선권을 점하면 후발 주자의 기회는 줄어들고, 궤도 혼잡과 간섭 비용은 전체 이용자가 나눠 부담하게 된다.
결국 위성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기술과 규제가 결합된 경쟁이다. 전장에서는 위성 기술이 군사력의 효율성을 좌우하고, 산업에서는 규제 선점이 경쟁력의 향방을 결정한다. 보이지 않는 하늘 위의 인프라를 누가 먼저 장악하고, 그것을 어떤 규제로 배분하느냐에 따라 군사력뿐 아니라 산업 질서까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위성 제조·발사와 서비스·데이터 활용 분야의 5대 우주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더 위성 규범 변화에 둔감해서는 안 된다. 우주산업을 막연한 미래 산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파수와 궤도라는 희소 자원의 국제적 배분 질서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점검해야 한다.
이란 전쟁이 보여준 것은 단지 전장의 참상이 아니다. 이란전쟁은 이면에서 기술을 장악하고 규칙을 선점하며 결국 국제 질서와 시장을 지배하려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