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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국악으로 만난 대구 군위의 봄…사유원서 피어난 사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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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배철완 기자

승인 : 2026. 03. 15. 16:43

멈춰야 비로소 들리는 자연의 소리
군위군 사유원, 매화축제 31일까지
건축과 자연이 빚어낸 무언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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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군위군 소재 사유원 내 '풍설기천년(風雪幾千年)' 언덕이 이른 봄의 햇살 아래 그 장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배철완 기자
대구 군위의 사색 공간 '사유원'이 봄을 맞아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팔공산 자락의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진 이곳은 빠르게 흐르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 경사로를 오르면 가장 먼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현암(玄庵)'이 나타난다. 절벽 끝에 걸린 듯한 검은 콘크리트 건물로,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자연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는 건축이 특징이다. 내부 창을 통해 바라보는 팔공산 능선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사유원의 대표 건축물인 '소요헌(逍遙軒)'은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콘크리트 통로와 천장 틈 사이로 떨어지는 빛이 어우러져 독특한 명상적 분위기를 만든다. 관람객들은 이곳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침묵과 사색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산길을 따라가면 수백 년 된 모과나무 100여 그루가 모여 있는 '풍설기천년(風雪幾千年)' 정원이 나타난다. 비바람을 견디며 뒤틀린 나무의 형상은 오랜 세월의 인내와 생명력을 보여주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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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한 사유원의 풍경을 배경으로 부르는 민요와 판소리는 박제된 전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연과 호흡하는 살아있는 예술로 다가온다./배철완 기자
여정의 끝에는 붉은 벽 사이로 물소리가 흐르는 명상 공간 '명정(冥庭)'이 자리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하늘이 열린 사각형 광장이 나타나며, 물과 바람 소리에 집중하는 고요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사유원은 안내 시설이나 편의시설을 최소화해 관람객이 스스로 길을 찾으며 걷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이러한 '불편함' 속에서 방문객들은 자연 속에서 천천히 걷고 사유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한편 '2026 사유원 매화축제'가 오는 31일까지 사유원 일대에서 열린다. 약 15만 평 부지에는 백매화, 홍매화, 흑룡금매화, 운용매화 등 다양한 매화가 피어나 봄 풍경을 만든다.

축제 기간에는 국악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야외공연장 '심포니6'에서는 판소리와 가야금 연주가 펼쳐지는 '매화 국악 올데이 패키지'가 진행된다. 또한 해설사와 함께 정원을 걷는 '매화 동행 산책', 아로마 향을 직접 만들어보는 '사유의 향' 명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이 운영된다.

사유원 관계자는 "사유원은 자연과 건축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걷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매화가 피는 봄철에 방문하면 더욱 깊은 휴식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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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소리꾼 정은혜가 무대 중앙에서 소리를 뽑아내고 있다./배철완 기자
배철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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