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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5월 증산 합의…호르무즈 통행량 94% 급감엔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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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06. 08:56

호르무즈, 전쟁 전 일일 135척→한 자릿수 추락·수차례 '0척'
선원 2만명 페르시아만 고립
트럼프 협상·휴전 발언 반복에도 시장 반응 둔화…유가 전쟁 전 대비 50% 폭등
OPEC+ 증산 합의, "서류상 숫자"
호르무즈
3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팍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AP·연합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8개국은 5일(현지시간) 5월 하루 생산 쿼터를 20만6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개시 이후 시작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는 한 이번 증산은 '서류상 숫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테라 위성에 탑재된 센서 모디스(MODIS)가 3월 5일(현지시간) 찍은 사진으로 오만만과 이란 남부 및 파키스탄 남서부에 위치한 마크란 지역(중앙), 호르무즈 해협(왼쪽), 그리고 오만 북부 해안이 보인다. /AFP·연합
◇ 호르무즈 봉쇄, 통행량 94% 급감·일부 날짜 '0척'…선박 2000척·선원 2만명 고립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작전 당일인 2월 28일 유조선 50척, 비(非)유조선 54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전쟁 다음날인 3월 1일 그 수치는 각각 3척·17척으로 주저앉았으며, 3월 12일·13일·16일·19일·20일은 통과 선박이 전혀 없는 '제로(0)'를 기록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가장 최근인 4월 1일에도 유조선 2척·비유조선 8척 통과에 그쳤다. 3월 전체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총 38척에 불과했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이날 로이드 리스트 등 주요 해운 정보업체 자료를 인용, 하루 138척이던 통항이 현재 10척 미만으로 줄어 감소폭이 94%에 이른다며 3월 1일 이후 호르무즈를 통과한 181척 중 125척이 이란 소유 또는 우방국 선박이었다고 전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약 3200척이 페르시아만에 묶였으며 선원 2만여명이 선상에서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운수노련(ITF)은 분쟁 개시 이후 해협 인근 선원들로부터 약 1000건의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ITF의 모하메드 아라체디 아랍권·이란 담당은 "일부 선주들이 선원들을 계속 그곳에 투입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선박 운항에 위험수당을 지급하는 선사도 등장해 일부 중국 선원 파견사는 선장에게 월 2만6000달러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국민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대(對)이란 전쟁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 "알아서 지켜라"…미국 '해상 보호자' 역할 포기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페르시아만 보안 철수를 거듭 위협하고 있다. 그는 1일 대국민 연설에서 "호르무즈를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 각국이 그 통로를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발언이 전 세계 교역량의 5분의 4를 지탱해 온 미국 해군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해군 제5함대 전 사령관 존 W. 밀러 예비역 중장은 "호르무즈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면 전 세계 항행의 자유가 위험에 처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럽·아시아 관리들은 블룸버그에 "이번 분쟁이 미국의 해상 보호자 역할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에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달 31일 유엔에 해협 재개방을 위한 무력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승인해 달라고 촉구했으며, 영국은 40개국 이상의 미국 동맹국 대표를 소집해 비군사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미 휘발유 가격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주요소에 일반·고급 등 휘발유의 갤런(3.785ℓ)당 가격이 표시돼 있다./AP·연합
◇ 트럼프 이란 공격 '5일·10일 중단' 발언 반복에도…유가 110달러 '무감각' 고착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휴전 발언에 점점 회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에너지 인프라 '5일 공격 중단' 발표 당시, 북해 브렌트 원유 선물 가격은 115달러에서 100달러 부근으로 급락했다.

금융 분석 매체 코베이시 레터의 아담 코베이시 편집장은 "이란의 주요 레버리지는 유가이며, 유가가 오르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을 억제하기 위한 헤드라인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10일 공격 중단' 발표 때 선물 가격은 108달러에서 소폭 하락 후 수분 내 반등했다. 이어 30일 이란과 '진지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을 때 시장은 사실상 반응하지 않았다.

아울러 1일 오전 이란이 휴전을 요청했다고 게시했을 때도 유가는 100달러선에서 무반응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 폭격 지속을 천명하자 유가는 100달러에서 105달러 이상으로 즉각 급등했다. 2일 브렌트유 종가는 배럴당 109달러로, 전쟁 이전 대비 50% 이상 오른 수준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3월에만 63%(46달러) 폭등해 1988년 상장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봉쇄가 5월 중순까지 지속될 경우 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갤런(3.785ℓ)당 2.98달러에서 4.10달러로 치솟았다.

IRAN-CRISIS/OPEC-OIL
오스트리아 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로 2023년 11월 30일(현지시간) 찍은 사진./로이터·연합
◇ OPEC+ 하루 20.6만배럴 증산 합의…차질 물량의 2% '서류상 숫자'

이런 상황에서 OPEC+ 8개국이 이날 화상 회의를 열고, 5월 생산 쿼터를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지만,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증산량은 차질 물량의 2% 미만 수준으로,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어스펙츠(Aspects)는 봉쇄가 지속되는 한 '학술적(academic)' 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전직 OPEC 관계자로 현재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 지정학 분석 책임자인 호르헤 레온은 "호르무즈가 닫혀 있는 한 OPEC+의 추가 물량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OPEC+ 산하 합동장관모니터링위원회(JMMC)는 에너지 자산에 대한 공격이 복구 비용과 시간이 과다하게 소요돼 공급 전반에 차질을 초래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OPEC+가 성명을 통해 밝혔다. 다음 OPEC+ 회의는 5월 3일 열릴 예정이다.

◇ 이란 통행 통제·요금 부과 추진…中, 남중국해 팽창 부를 '안보 선례'

이란이 중국·인도·파키스탄·터키 등 우방국에 대해 요금 지불 및 별도 허가 절차를 조건으로 통항을 허용하면서, 해협 통제권은 사실상 이란으로 넘어가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프레스TV 등에 따르면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해협 통항료 부과 법안을 승인했으며, 일부 선박에는 최대 200만달러의 통과료가 부과됐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해협을 재개방하지 못한 채 작전을 종료할 경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를 용인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의 에마 솔즈버리 국가안보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호르무즈에서 항행의 자유를 관철할 능력이 없다면 인민해방군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무엇으로 막겠느냐"며 "이는 우려스러운 선례"라고 말했다.

그리스 아테네의 옵티마 해운 서비스 시장 전략 책임자 안젤리카 케메네는 "이번 사태는 휴전 발표로 끝날 위기가 아니다"며 "걸프만이 에너지 수출 통로로 기능하는 방식의 구조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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