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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6주째 유가 50% 급등…세계경제 ‘침체 리스크’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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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08. 08:45

美 기업 ‘불가항력’ 선언·인도 공장 폐쇄…실물경제 공급망 충격 확산
씨티 "유가 120달러 넘으면 급격 위축"…골드만 "美 침체 확률 30%"
브렌트 96달러 전망에도 현물 144달러…고유가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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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테헤란 샤리프 공과대학의 모습으로 7일(현지시간) 찍은 사진./신화·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이 촉발한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기침체 위험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통되더라도 연료 가격이 수개월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전쟁 6주째 실물 경제 강타…美 CEO '불가항력'·인도 알루미늄 수십 곳 폐쇄

이란 전쟁이 6주차에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서 비용 급등과 생산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식품 포장업체 에메랄드 패키징(연매출 9200만달러)의 케빈 켈리 최고경영자(CEO)는 플라스틱 수지 가격이 수주 만에 파운드당 45센트에서 85센트로 급등하자 기존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그는 "증가분이 너무 커서 가격을 올려 고객을 잃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인도 알루미늄 압출 제조업체 협회의 지텐드라 초프라 회장은 "전쟁 발발 4~5일 만에 가스 부족으로 구자라트주 알루미늄 압출 공장 수십 곳이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인도는 건설·태양광 패널·운송 장비에 쓰이는 이 금속 제품의 주요 세계 수출국이다. 영국에서는 화훼 농가들이 비료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으로 기존 재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부 농가는 비료를 팔아 수익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호르무즈
3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팍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AP·연합
◇ 씨티 "유가 120달러 넘으면 경제 급격 위축"…골드만 "美 침체 확률 30%"

전쟁 발발 이전 배럴당 약 70달러였던 국제 유가는 3주 넘게 100달러를 상회하며 50% 이상 급등했다. 미국 재무부 차관을 역임한 네이선 시츠 씨티그룹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110~120달러를 넘어서면 경기침체 위험이 급격히 상승한다"며 "충격이 커질수록 경제활동 일부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더 급격하고 비선형적(nonlinear)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최대 30%로 상향 조정했다. 로이터가 애널리스트 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올해 유가 전망이 배럴당 100~190달러 범위로 제시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콜롬비아 스레드니들의 트래비스 플린트 투자등급 신용 애널리스트는 "이 정도 규모의 공급 차질은 시장 균형을 위해 상당한 수요 파괴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비유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매슈 마틴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뭔가 부러지고 경기가 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US Energy Crisis
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주유소에 등 휘발유의 갤런(3.785ℓ)당 가격이 표시돼 있다./AP·연합
◇ 영국 성장률 0.7%로 최대폭 하향·美 소비 둔화 신호…중국·美 충격 흡수력

영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2%에서 0.7%로 하향 조정받아 주요국 중 최대 하향 폭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걸프산 원유 의존도가 낮고 전기화 비율이 높아 충격에 상대적으로 잘 버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도 순(純) 에너지 수출국 지위로 공급 제약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소비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신용·직불카드 데이터에 따르면 3월 21일 마감 기준 카드 사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4%였지만, 휘발유를 제외하면 3.6%로 낮아졌으며 저소득층 지출은 연료비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세계은행·IMF·연준 "성장 둔화·인플레 동시 압박"…IEA 긴급 회의 소집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이란 전쟁은 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나든 어느 정도 세계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탄 굴스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동시에 경기를 둔화시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응할 마땅한 '교과서(cookbook)'가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로이터에 IMF가 세계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IEA·IMF·세계은행 수장들이 오는 13일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긴급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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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모습./AFP·연합
◇ EIA 브렌트 전망 22% 상향 96달러…"해협 열려도 수개월 고유가", 트럼프 주장과 배치

EIA는 이날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올해 평균 현물가를 배럴당 96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 78.84달러보다 22% 높은 수치다.

EIA는 "해협이 재개통되더라도 중동산 원유 흐름의 완전한 회복에는 수개월이 걸리며, 분쟁 이전 수준을 웃도는 가격이 전체 예측 기간에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쟁이 종료되면 소비자들이 즉각적 가격 안도를 경험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복된 주장과 배치된다.

EIA는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을 하루 120만배럴에서 60만배럴로 절반 하향 조정하며 "감소가 주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美 휘발유 4월 갤런당 4.30달러 정점…디젤, 2022년 사상 최고치 근접

EIA는 미국 소비자용 휘발유 가격이 4월 월평균 갤런(3.785ℓ)당 4.30달러로 정점을 찍고 연간 평균 3.70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기준 전미 평균 휘발유 가격은 4.14달러로 2022년 8월 이후 최고치다. 디젤 가격은 4월 정점이 5.80달러, 연간 평균 4.8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날 평균 5.65달러로 2022년 6월 사상 최고치 5.82달러에 근접했다.

연료 가격 분석업체 가스버디(GasBuddy)의 패트릭 드 한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재개방 계획이 명확하지 않으면 수주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어 2022년 6월 사상 최고치(5.017달러)를 경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WTI 112.95달러 4일 연속 최고·현물 데이티드 브렌트 144달러 사상 최고…공급 쟁탈전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54센트(0.5%) 오른 배럴당 112.95달러에 마감해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4일 연속 경신했다.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경제 성장 둔화 우려에 50센트(0.5%) 내린 배럴당 109.27달러에 마감했다.

즉각 인도 기준 현물가인 데이티드 브렌트(Dated Brent)는 배럴당 144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근월물이 원월물보다 높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심화되면서 정유업체들의 즉시 인도 가능한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4월 중동 주요국 원유 생산량이 하루 900만배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겔버 앤 어소시에이츠(Gelber & Associates)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단기 해결보다 장기 공급 차질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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