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비급여·실비 개선 효율화 병행해야”
“생명 직결된 질환에 우선 투입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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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불붙은 탈모 건강보험 적용 논란은 그 원칙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대통령의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는 한마디 이후 보건복지부가 급여 적용 검토에 속도를 낸 것이다. 복지부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유전적 탈모는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니고 미용적 영역"이라며 급여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혁신 생태계 조성'과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이유로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대폭 인하하는 개편안을 발표해놓고 돌연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탈모 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다. 의학적 근거가 새로 나온 것도, 건강보험 재정이 갑자기 넉넉해진 것도 아니다. 달라진 건 정치적 배경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을 반영한 재추계에서 의료개혁 관련 건강보험 재정투자가 2024~2028년 약 20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선 등을 통해 재정 효율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지출을 늘리는 것보다 기존 재정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탈모 급여화를 위해 재정 소요를 추계했다면서도, 정작 얼마나 드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왜 지금 탈모가 우선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수년째 급여를 기다리고 있고, 중증질환 환자들은 치료비 때문에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와 한국PROS환자단체 등 7개 환자단체연합회는 "탈모 환자의 고통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은 생명과 직결된 질환 치료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암·희귀질환 환자들이 여전히 높은 비급여 부담과 신약 급여 지연으로 치료 기회를 놓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의 반발과 여론 악화 복지부는 탈모 건강보험 급여화 토론회를 취소하며 한발 물러섰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서둘러 움직였다가 반발이 커지자 곧바로 후퇴하는 모습은 정책의 원칙보다 여론과 정치에 흔들리는 복지 행정의 고질적 악습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정책은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건보는 더욱 그렇다. 한 번 급여로 들어온 항목은 되돌리기 어렵고, 그 부담은 결국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로 이어진다. 그래서 급여 확대는 정치적 호응이 아니라 의학적 필요성과 사회적 위험, 비용 대비 효과를 기준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복지부가 지켜야 할 것은 국민 모두가 함께 쌓아온 건강보험이라는 사회적 신뢰다. 그 신뢰를 지키는 길은 가장 절박한 생명을 먼저 살리는 원칙에서 시작되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