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m 다리에 데크와 장미터널 등 다양한 감성
밤이 되면 무지갯빛 LED터널 등 은은한 빛의 잔치
공무원과 시민 철도공단 설득, 도시재생으로 새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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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영동선 철교가 새로 놓이면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전천강 폐철교. 긴 세월 동안 흉물로 방치되며 철거 여론도 적지 않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부수고 없애는 것이었으나, 동해시는 '기억의 단절' 대신 '가치의 재생'이라는 정책을 선택했다.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니라, 도시의 철학을 바꾸는 일이었다. 동해시는 2020년부터 국가철도공단과 수십 차례에 걸친 줄다리기와 협의를 이어갔다. 그 결과로 철도 유휴부지 활용사업 공모에 선정되었고, 총사업비 12억 원이 투입되며 길이 265m, 폭 5m의 녹슨 철교는 시민을 위한 공중 정원으로 변신했다. 과거의 뼈대 위에 산책로와 전망대, 투명한 바닥 쉼터, 66m에 달하는 장미터널이 입혀졌고, 사계절 생명력을 뿜어내는 초화류가 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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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아래 뜬다리정원마루는 너그럽다. 전천강의 물결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목재 데크와 오렌지빛 쉼터 캐노피, 철길의 묵직한 흔적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발아래 투명 쉼터를 통해 굽이치는 강물을 바라보며 철길 위를 걷노라면, 주변을 채운 갈대와 꽃들이 방문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감동의 서막은 태양이 전천강 너머로 몸을 숨길 때 시작된다. 짙은 어둠이 내리면 다리 위 조명들이 일제히 깨어나며 은빛 마법을 시작한다. 화분 속 소나무를 비추는 초록빛 조명, 발걸음을 이끄는 길가의 은은한 빛이 좋다. 특히 66m의 장미터널은 화려한 무지갯빛 LED 터널로 변신한다. 수면 위로 데칼코마니처럼 일렁이는 불빛은 전천강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야경이다.
◇전천강 위를 걷다 보면 누구나…
전천강 인근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해 질 녘의 뜬다리정원마루를 천천히 걸어보자. 뺨을 스치는 시원한 강바람, 발밑에서 들려오는 청량한 물소리, 40년의 시간을 품은 철길이 건네는 무언의 위로는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한다. 걷다 보면 엉켜있던 마음의 매듭이 풀린다.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마주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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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다리정원마루의 끝자락에는 또 다른 미소가 방문객을 기다린다. 동해시의 대표 캐릭터인 '해별이와 친구들'이 조성된 공원은 경쾌한 생명력을 더한다. 캐릭터들이 전천강의 풍경과 어우러져 아이들에게는 동화 같은 즐거움을, 가족들에게는 따뜻한 추억을 선물한다.
홍성표 동해시 건설과장은 "전천 뜬다리정원마루는 40년 넘게 방치됐던 폐철교를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입혀 시민의 품으로 돌려줬다는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전천을 걸으며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녹슨 산업유산은 눈부신 문화가 되었고, 버려진 철길은 위로의 산책길이 되었으며, 흉물스럽던 폐철교는 동해를 대표하는 자산이 됐다. 다리 위를 걷는 시민들의 환한 웃음과 여행객들이 남기고 간 추억 속에서, 전천 뜬다리정원마루의 이야기는 오늘 밤에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동해시에서 도시재생은 오래된 것을 허무는 파괴가 아니라, 추억을 품은 공간에 새로운 심장을 이식하는 작업이다. 도시재생을 거친 무릉별유천지와 논골담길, 도째비골은 이미 시민과 나그네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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