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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다 무서운 건 먹고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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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10. 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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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30일 공개
익숙한 일터에 미스터리 호러 결합한 '생계형 공포'
공감·장르적 재미 끌어올려
섬뜩한 위험에도 일터 떠나지 못하는 현실 보여줘
꿀알바
'꿀알바' 이재욱/넷플릭스
귀신보다 무서운 건 먹고사는 일이다. 빚을 갚기 위해 시급 50배의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청년은 기이한 존재와 마주하면서도 쉽게 일터를 떠나지 못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는 익숙한 노동 현장에 미스터리 호러를 결합해 현실적인 공감과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끌어낸다.

오는 30일 공개되는 '꿀알바'는 수상한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을 통해 청년 혁준(이재욱)이 기이한 일터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다민 감독이 연출하고 한준희 감독이 기획 총괄을 맡았다. 김민하, 고민시, 이희준 등이 출연한다.

전세 사기로 1억원의 피해를 본 혁준은 이를 만회하려다 오히려 빚이 불어나 벼랑 끝에 몰린다. 그때 시급 50배를 준다는 아르바이트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거미인력에서 소개받은 첫 일자리는 편의점이다. 다만 근무 중 벌어진 일을 외부에 알리거나 마음대로 일을 취소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는다.

편의점에 도착한 혁준은 황당한 업무 지침을 마주한다. 창고에서 소리가 들리면 절대 들어가지 말 것, 검수 작업은 소리가 멈춘 뒤 5분 안에 끝낼 것. 이상한 낌새를 느낀 혁준이 항의하자 거미인력 사장(이희준)은 "그냥 평범한 편의점이면 50배 시급을 줬겠습니까?"라고 되묻는다.

'꿀알바'는 '나폴리탄 괴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나폴리탄 괴담은 특정 규칙을 어기면 반드시 죽는다는 공포 장르의 한 유형으로 이른바 '규칙 괴담'으로도 통한다. 편의점 근무 중 벌어진 일을 외부에 알리거나 마음대로 일을 취소할 수 없다거나 창고에서 소리가 들리면 들어가지 말 것, 검수 작업은 소리가 멈춘 뒤 5분 안에 끝낼 것 등의 규칙을 어겼을 때 벌어지는 결과를 통해 공포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공포의 원인과 맥락이 과감히 생략된 덕에 공포의 이유와 배경을 드러내는 데 긴 서사가 필요하지 않다.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재미를 더한다. 이재욱은 절박한 현실에 내몰린 혁준의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거액의 일당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은 기이한 현상을 마주하면서 두려움으로 바뀐다. 수상한 업무 지침에 당황하고 겁에 질리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든 버티는 모습이 긴장감과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공포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혁준의 모습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괴담을 즐기는 동료 희동은 이상 현상에 흥미를 보이지만 혁준은 눈앞의 상황을 감당하기도 벅차다. 두 사람의 엇갈린 태도는 섬뜩한 분위기 속에서 뜻밖의 웃음을 자아낸다. 위험을 감지하고도 쉽게 돌아서지 못하는 혁준의 처지는 매일 생계를 위해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김다민 감독은 공개를 앞두고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먹고 사는 일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재미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나폴리탄 괴담이나 각종 도시 전설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 들었고 지금 시대에 꼭 맞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작품은 하나의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편의점과 영화관 등 에피소드마다 일터가 달라지고, 그곳에서 마주하는 인물과 공포의 방식도 새로워진다. 매회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이재욱이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 가운데 최현욱, 윤경호, 윤병희, 조현철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이 특별출연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익숙한 얼굴들이 기묘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이야기는 혁준의 동생 지윤(김민하)에게로 확장된다. 오빠와 연락이 끊기자 거미인력을 찾아간 지윤은 사고조사관 연주(고민시)를 만나고, 혁준을 찾기 위해 영화관 아르바이트에 뛰어든다. 관객 수와 판매된 티켓 수가 맞지 않고, 수상한 손님이 영화 퀴즈를 내는 등 기이한 사건이 이어진다.

지윤은 혁준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포에 반응한다. 생활비와 택시비, 병원비 등 걱정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귀신 따위는 신경 쓸 여유조차 없다는 태도다. 김민하는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으로 지윤의 당찬 성격을 살려낸다. 겁에 질린 채 어떻게든 일을 마치려는 혁준과 달리, 오빠를 찾겠다는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지윤의 모습이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희준이 맡은 거미인력 사장도 눈길을 끈다. 위험한 일을 소개하면서도 태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친절한 말투로 상대의 절박한 사정을 파고든다. 속내를 알 수 없는 그의 모습은 거미인력을 둘러싼 궁금증을 키운다.

'꿀알바'에서 귀신보다 섬뜩한 것은 위험을 알면서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현실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일을 끝내야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생계를 위해 버티는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공포의 무대는 낯설지만,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는 이유만큼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꿀알바
'꿀알바' 이재욱/넷플릭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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