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권한, 민간 기업보다 강해지는 구조 고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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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이후 수많은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고, 일부는 자산을 몰수당했다. 주요 러시아 기업들의 자산도 국가 소유로 전환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를 '불법적 조치'로 규정하며, 서방 기업 자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통령령을 지난 3년간 잇따라 발효했다. 독일의 유니퍼, 덴마크의 칼스버그 등 다양한 외국 기업들이 그 대상이 됐다.
몰수 대상은 서방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략적 자원 확보, 부패 혐의, 민영화 과정의 위법성, 부실 경영 등을 명분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소유권도 국가로 넘어갔다.
로이터는 이런 내용을 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가 처음 보도했다며, 신문은 이런 조치를 러시아 경제의 모델이 개방 경제에서 '요새'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명한 사례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소련이 붕괴된 1991년 이후 러시아는 자유시장경제 체제 도입과 글로벌 경제 통합을 기대했지만, 1990년대 내내 부패·경제 혼란·조직 범죄가 만연하며 신뢰를 잃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일부 재벌(올리가르히)을 견제하고 경제 자유화를 추진, 이 기간 러시아 경제는 2000억 달러에서 1조80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졌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엔 러시아 경제는 더욱 위축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러시아의 2024년 국민총생산(GDP)은 2조2000억 달러 수준으로,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제권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냉전 이후 서방과의 가장 심각한 충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산 몰수를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비상조치'로 정당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기업들의 철수가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를 열어줬다고 주장하며, 기존의 '구시대적 세계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경제는 무기 생산과 전시 운영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에 따라 정부와 관료들의 권한이 민간 기업보다 더 강해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맥도날드, 메르세데스-벤츠 등 1000개 이상의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자산을 매각하거나 현지 경영진에게 넘겼고, 일부는 아무런 대가 없이 사업을 포기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들 기업의 자산을 압류하거나 강제 매각하면서 민간 자산을 국가로 이전시키는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