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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47] 남북은 하나 ‘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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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31. 18:03

메꽃 그림
메꽃 그림
'메꽃'은 덩굴식물로 꽃 모양도 '나팔꽃'과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같은 메꽃과이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니팔꽃 잎은 둥근데 메꽃 잎은 가늘고 길쭉하다. 또한 메꽃은 여러해살이풀로 땅 속 뿌리줄기로 번식을 하지만 나팔꽃은 한해살이풀로 씨앗으로만 자손을 퍼뜨린다. 꽃 색깔도 다르다. 메꽃은 옅은 분홍색인데 반해, 나팔꽃은 흰색, 자주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운다.

메꽃은 생명력이 강해서 밭이나 정원에 터를 잡으면 좀처럼 없애기 힘들다. 뿌리를 땅 속 깊숙이 뻗기 때문에 일부가 잘려 나가도 남은 뿌리 조각에서 싹이 터 다시 덩굴을 뻗어 올린다. 이렇게 자란 덩굴은 다른 풀이나 나뭇가지를 휘감고 올라가는데 어찌나 밀착력이 강한지 손으로 일일이 뜯어내지 않고는 메꽃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구마가 같은 메꽃과의 식물이듯이 예전에는 메꽃의 뿌리를 즐겨 먹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른 봄 메꽃의 싹이 나면 희고 통통하게 살찐 뿌리를 캐내 밥에 넣어 쪄먹었다. 달착지근한 맛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임진강 길가 풀섶에 메꽃이 많이 피었다. 아침에만 피는 나팔꽃과 달리 뜨거운 낮에도 활짝 핀 연분홍 메꽃은 초록의 대지에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곳 대동리에 메꽃이 만발했다면, 바로 눈앞의 북녘 땅에도 메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것이다.

메꽃이 남쪽 땅 철조망을 휘감아 올라가 꽃을 피웠다면, 북쪽 땅 철조망에도 메꽃은 어김없이 벌거벗은 철조망을 감고 올라 부드러운 옷을 입혀 주었을 것이다. 남과 북은 다르지 않다. 저 앞에 흐르는 임진강이, 분단의 철책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철새들이, 남북 산하를 덮고 있는 같은 이름의 초목들이 '한반도는 하나'라고 우리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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