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정성'과 '벼락치기'지만 철저한 준비로 합의 도출
'광우병 사태 시위 사진, 농축산물 개방 거부 협상에 도움' 평가에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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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는 다르지만, 그 분위기는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때의 긴장감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구 부총리는 "가슴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고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는 같은 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협상을 타결한 과정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협상 준비 과정은 말 그대로 '벼락치기'에 가까웠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긴급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본부장을 지냈지만, 퇴임 후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으로 활동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략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고, 미국 조야의 조언을 구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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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부총리는 이러한 '진정성'이 러트닉 장관을 감동시켰으며, 그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예상보다 빠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과장이 아니라, 협상의 속도와 결과가 그 진정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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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 본부장이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서울 광화문에 100만명 이상이 모인 사진을 준비해 농축산물 개방 이슈가 한국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 게 협상에 도움이 됐다는 김 장관의 평가에는 의문이 든다.
광우병 시위가 가짜뉴스와 좌파 단체들의 반미 선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시장을 개방했다고 주장했고, 그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정부가 "농업은 국가의 근간"이라며 미국산 쌀의 전면 개방을 거부하자 일본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30~35%로 대폭 올릴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을 보면 더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0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대미국투자 수익의 90%가 미국에 귀속된다는 합의를 놓고 한·미 간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도 앞으로 쟁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일본에 비해 유리했던 미국 시장 경쟁 조건이 동일해지는 등 이번 합의의 악영향에 관한 분석과 향후 구체적인 협상 준비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