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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쓰임은 눈에 띄게 늘었는데 정작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들의 보안체계는 영 시원찮다. 나날이 정교화·지능화되는 사이버 위협에도 보안 투자는 늘 뒷전으로 미뤄둔 탓이다. 결국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역대급 악재'가 터지고 나서야 이런저런 처방들을 내놓는 모습이다. 바로 통신3사 이야기다.
최근 AI와 함께 통신3사가 전면에 내걸고 있는 키워드는 보안이다. 올해 초까지 '글로벌 AI 컴퍼니', 'AICT 컴퍼니', 'AX 컴퍼니' 등 AI 중심의 체질개선을 부르짖던 통신3사는 올해 4월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를 기점으로, 각각 수천억원 규모의 보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통신3사 투자 규모를 합산하면 자그마치 5년간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통신3사 정보보호부문 투자액이 2700억원 수준인 점에 비춰보면 꽤 박수칠 만한 액수지만, '사후약방문' 식의 대처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올해 상반기 기준 통신3사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82%다.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8명은 통신3사 가입자인 셈이다. 사실상 이동통신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감 있는 보안 의식이 요구돼 왔지만, 미흡한 노력은 빈번한 사고로 이어졌다. 5G 상용화가 시작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통신3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만 43만건이 넘는다. 이들 사업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매서워졌다.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 이후 통신3사 보안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데다, 개인정보 유출이 없었다던 KT와 LG유플러스까지 해킹 정황에 휩싸이면서다. 이 정도면 통신3사가 '해킹 포비아'를 유발하고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가는 지경이다.
이 와중에 신규 가입자 유치에 활용되는 마케팅 비용은 크게 늘리면서 실망감을 한 차례 더 안겼다. 통신3사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마케팅 비용은 3조7942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해 5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 비용은 2조3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불필요한 가격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던 다짐과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보안을 논할 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지속가능성 여부다. 단발성 대규모 투자 계획만으로는 수천만명의 고객들을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 더욱이 각 사가 중장기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AI 기업에서 보안은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견고한 보안체계로 고객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약속이 오롯이 지켜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