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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끼의 기적 ‐ 미디어헌터 탤런트봉사단, 따뜻한 밥상으로 희망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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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기자

승인 : 2025. 11. 06. 01:22

배우에서 봉사자로, 9년째 이어지는 ‘사랑의 무대’
지난달 30일, 미디어헌터 탤런트 봉사단은 종로2가 사회복지원각 노인무료급식소에서 정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위)황윤걸 이효주 박남순 유하식 김인수 고진명 (중간)최여름 전은주 엄유신 라재웅 박선희 (아래)조웅찬 정용욱 전다정 고용화 김옥주. / 사진=미디어헌터
서울 종로 탑골공원 인근, 이른 아침부터 어르신들의 발길이 모인다.

한 끼 식사를 대접받기 위해, 그리고 그보다 더 따뜻한 ‘사람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곳에는 매달 30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배우들이 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펼치던 이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앞치마를 두르고 밥과 국을 나른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소속 ‘미디어헌터 탤런트 봉사단’ 이야기다.

◇ “따뜻한 밥 한 끼가 어르신들의 하루를 바꿉니다”

지난달 30일, 미디어헌터 탤런트 봉사단은 종로2가 사회복지원각 노인무료급식소에서 정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고용화 단장을 비롯해 전나연, 황윤걸, 고진명, 라재웅, 박남순, 김연수, 육미라, 구대영, 이지수, 김인수, 유현철, 안병혁, 이기쁨, 전은주, 한지일 등 참석했다.

고용화 단장은 “하루 한 끼가 전부인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행복”이라며 “작은 정성이 위로와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복지원각은 365일 무료급식을 이어가는 곳으로, 우리 사회의 따뜻함을 상징한다”며 “급식비 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운 만큼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017년부터 9년째, 멈추지 않은 발걸음

이들의 봉사는 201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송직무교육을 수료한 연기자들이 ‘배우로서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모여 만든 모임이 바로 미디어헌터였다. 이들은 매달 30일을 ‘봉사의 날’로 정해, 종로3가 사회복지원각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무료급식소 문이 잠시 닫혔다.

“그때 어르신들이 매일 오셔서 문을 두드리셨어요. ‘배고프다’고 하시면서요.”

고용화 단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잠시 말을 멈췄다.

결국 봉사단은 도시락을 싸서 탑골공원에서 나눠드리는 방식으로 봉사를 이어갔다. 위험한 시기였지만 “어르신들에게 우리가 꼭 필요하다”는 사명감 하나로 단 한 달도 거르지 않았다.

◇ 코로나를 넘어 다시 실내로, 더 넓고 깨끗한 공간에서

2022년 5월, 다시 실내 배식이 가능해졌을 때 봉사자들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차가운 바닥 위에서 도시락을 드시던 어르신들이 다시 따뜻한 공간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다.

2025년 현재, 사회복지원각은 새로 지은 건물로 이전해 하루 300~350명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미디어헌터 단원들은 안내부터 배식, 설거지, 청소, 뒷정리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배우가 아닌 봉사자’로서의 하루를 보낸다.

◇ 배우 58명의 연대, ‘미디어헌터’라는 이름의 공동체

현재 미디어헌터 탤런트 봉사단에는 58명의 배우가 소속되어 있다.

회장은 유하식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 단장은 고용화(MBC 21기), 사무국장은 김옥주(MBC 26기)가 맡고 있으며, 고진명, 한지일, 엄유신, 김용선 등 선배 배우들이 고문으로 함께하고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사 출신 배우와 연극인, 영화배우들이 함께하며 세대를 초월한 유대감 속에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함께 땀 흘리며 봉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까워지고, 배우로서보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배우게 됩니다.”

회원들의 말 속엔 ‘봉사’라는 단어가 ‘삶’과 맞닿아 있었다.

◇ 사랑이 모여 희망이 되고

코로나 시절 도시락이 떨어져 허탈하게 돌아서는 어르신들을 본 후, 단원들은 직접 쌀과 달걀, 바나나, 떡, 과일 등을 모아 후원을 늘려갔다. 명절에는 떡과 한과를 준비해 나눠드렸고, 때로는 직접 농산물 판매나 농촌 일손 돕기에도 참여했다.

고용화 단장은 “줄 서신 어르신이 그냥 돌아가시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마음으로 더 넉넉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연기에 봉사를 더하다” — 무대 밖에서 이어지는 감동

배우들이 그리는 드라마는 더 이상 스크린 속에만 있지 않다.

그들의 진짜 무대는 어르신들 앞 식판 위에서, 혹은 뜨거운 국솥 옆에서 펼쳐지고 있다.

고용화 단장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며 “연기에 더해 봉사의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는 대사를 외우지만, 무대 밖에서는 사랑을 나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따뜻한 밥 한 끼’처럼 누군가의 하루를 채워주고 있다.

왼쪽부터(위)김인수 유현철 전나연 라재웅 황윤걸 김연수 이기쁨 이지수 고진명 안병혁 (아래)전은주 박남순 육미라 한지일 고용화 이승우 김환호. / 사진=미디어헌터
안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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