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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통과된 이른바 '대법관 증원법'은 사법개혁 3법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국민의힘 측이 거세게 반발하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섰으나, 범야권의 종결 투표로 결국 가결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증원은 법안 공포 2년 뒤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이재명 대통령은 신규 증원분 12석과 임기 중 퇴임하는 기존 대법관 10석을 합쳐, 총 26석 중 22석의 임명권을 행사하는 전례 없는 권한을 쥐게 됐다.
입법을 강행한 민주당의 핵심 명분은 고질적인 '상고심(3심) 병목 현상' 해결이다. 지난해 대법원이 처리한 본안 사건은 4만 건을 훌쩍 넘겼는데 이는 대법관 1인당 약 3500건을 소화해야 하는 구조다. 증원을 통해 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 제대로 된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을 낮추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더욱 충실히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의 논리다.
반면 법조계 안팎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하급심의 부실화다. 대법관이 늘어나면 이들을 보좌할 엘리트 법관(재판연구관) 역시 대거 대법원으로 차출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다투는 1·2심 재판부의 인력난과 재판 질 저하로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최고 법원의 상징인 '전원합의체'의 기능 상실에 대한 우려도 깊다. 치열한 법리 토론을 통해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사회적 잣대를 제시해야 할 전원합의체가, 인원이 비대해짐에 따라 단순한 다수결 투표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9명), 영국(12명) 등 주요 선진국들이 최고 법관의 수를 15명 이하로 엄격히 제한하는 것도 이 같은 심층 논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사법부 내부에서는 무작정 인원을 늘리기보다는 불필요한 상고를 걸러내는 '상고심사제' 도입이 근본적인 처방이라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치적 셈법을 둘러싼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현 정권이 단기간에 대법관을 대거 임명하여 사법부의 이념 지형을 일거에 뒤집으려는 이른바 '코트 패킹(Court Packing)'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 여권이 안고 있는 사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산술적인 주기상 향후 어떤 대통령이든 비슷한 규모의 임명권을 갖게 되므로 사법부 장악 프레임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