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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기대’ 대신 ‘정보’로…흔들린 바이오 신뢰 회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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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기자

승인 : 2026. 04. 19. 18:00

배다현
삼천당제약의 주가 급락 사건 발생에 금융감독원이 다시 한번 칼을 빼들었다. 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핵심 정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 기준을 손보겠단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을 위한 TF'를 출범하고 "어려운 공시에서 이해 가능한 공시"로의 구조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표현 방식, 정보 구조 및 기재 기준을 전면 개편해 현재와 같은 잦은 혼란을 줄이겠단 방침이다.

이 같은 논의의 배경에는 제약바이오 산업 특유의 구조가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핵심 정보의 전문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가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약 개발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의약품의 기술적 원리와 특허 구조, 임상 데이터에 대한 해석 능력 없이는 정보 해석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서다. 이를 모두 이해하는 전문가들도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유추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를 악용하는 기업들에게 있다. 기술수출 계약이나 임상 결과 등 주요 이벤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가능성'을 '확정된 사실'로 포장하거나, 총 계약 규모를 부각해 기대감을 부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이 대부분 비공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행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선택적 정보 전달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이후 사실관계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급격한 조정으로 이어지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한때 테마주 성향이 강했던 업종에서, 이제는 코스닥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신약 개발과 기술수출 성과들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도 한층 강화됐다. 금융당국이 2016년 이후 약 10년 동안 공시, 회계, 상장관리를 위한 제도를 수차례 다듬으면서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기반도 점진적으로 구축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삼천당제약 사례는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시장의 신뢰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말 123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삼천당제약의 주가가 2주 만에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면서,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주요 헬스케어 ETF가 일제히 하락했다. "역시 바이오는 안 된다"는 인식이 다시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일부 기업의 과도한 기대감 부각과 불명확한 정보 전달이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어렵게 쌓아온 시장의 신뢰를 지키고 산업의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공시 기준 강화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투자자가 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과학 기반 산업인 제약바이오 산업이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기대보다 데이터에 기반해 평가받는 시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과정이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산업 전반의 동력을 약화시키지는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되 산업의 특수성과 성장 단계를 함께 고려하는 세심한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투명성과 성장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지켜내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배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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