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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패착’ 경영진 탓한 삼성노조… R&D 성과나자 “우리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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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6. 05. 11. 17:55

[기업, 실패를 딛다]
2019년 HBM 투자 축소에 경쟁력↓
2024년 전영현 체제서 HBM4 성공
영업익 57조 반등했지만 노조 발목
"실적·주가 부담" JP모건·씨티도 경고
메모리 넘어 시스템반도체 확대 과제
2년 전인 2024년 7월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단행,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약화에 대해 경영진이 개발에 지지부진하게 임한 결과라고 탓했다. 그렇게 과거 선택과 집중에서 다른 노선을 택했던 삼성은 HBM을 재정비했고 절치부심 끝에 올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을 돌파했다. 생성형 AI가 만든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읽은 삼성으로선 차기 기술개발과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이제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맞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와 차기 메모리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가 진행돼야 할 시점, 노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경영진을 탓했던 노조는 이제 삼성의 성과를 노동자들이 쌓아올린 결과물이라며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 노조를 두고 '잘되면 내 덕, 안되면 네 탓'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가 이날부터 12일까지 진행하는 사후조정 절차의 핵심은 성과급으로, 노조는 상한 폐지 및 영업이익의 15%를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기록한다면 반도체 부문 임직원 1인당 약 6억원이 돌아가게 된다. 이번 사후 조정마저 결렬된다면 피해는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준다면 인건비 급증으로 영업이익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HBM은 실패를 딛고 단단해졌다. 2019년 당시 삼성전자는 HBM 연구개발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의사결정권자는 김기남 당시 DS부문장(부회장)이었고, 그룹의 사업지원TF는 정현호 부회장이 이끌고 있었다. 2019년은 메모리 다운사이클이었다. 삼성전자는 '효율적인 리소스 운용을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수익성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경영진들은 이례적으로 예상실적 설명자료까지 내면서 어닝쇼크를 예고했다.

HBM이 시장에 등장한 지 4년밖에 안 됐던 시기, 삼성은 HBM이 가성비 떨어지는 비효율적 시스템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과연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 결정은 이후 등장한 오픈AI의 챗GPT가 완전히 바꿔 놓을 글로벌 패러다임을 예측하지 못한 실기로 기록됐다.

그렇게 HBM은 2024년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 수장을 맡으면서 재빠르게 재정비 됐다. 전 부회장은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HBM3와 HBM3E, HBM4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약 2년 만인 지난 2월 HBM4 양산 출하에 성공했으며 올해 HBM4E, 내년 커스텀 HBM까지 예고한 상태다.

2019년의 메모리사이클은 저점이었지만 현재는 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중장기 국면을 대비해 현재의 시황에 굴하지 않고 대규모 R&D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교훈은 확실히 남았다. 2019년의 상황이 그대로 말해주며 이는 과거 노조의 지적과도 일치한다.

삼성전자의 R&D 추이를 보면 2019년 20조2076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7조754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시설투자까지 합해 110조원이 예상된다. 지난 1분기에는 11조3000억원을 집행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 메모리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 위태롭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으로 시각을 돌리면 메모리반도체는 전체의 30%만을 차지한다. 70%는 시스템반도체로, 삼성전자 반도체의 과제 역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스템LSI는 고객사가 만들어내는 제품에 따라 새로운 기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R&D 투자가 핵심이다. 또한 시스템반도체는 삼성전자의 또 다른 사업부인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도 연관돼 있다. 시스템반도체가 탑재되는 전장, 가전, 모바일 등의 산업이 확장되고 여기서 주요 제품들이 계속해서 나와줘야 시스템반도체도 같이 확장될 수 있는 구조다.

파업을 앞둔 삼성전자 노사 갈등 사태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증권사 및 산업계까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삼성전자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한다면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12% 하락할 수 있다고 봤으며, 씨티그룹은 노사 갈등 리스크를 이유로 목표주가를 32만원에서 30만원으로 하락 설정했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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