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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은신처 추적·정밀 타격·전화 위협까지…이란 지도부 제거 입체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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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19. 12:33

이란 고위 인사 잇단 제거...지휘·통제 체계 붕괴 노린 작전
내부 보안군 등 수천 개 표적에 1만 발 공습
모사드, 이란 지휘관에 전화 위협
이란, 무질서 속 보안군 은신·치안 공백 확산
이란 최고지도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부터)·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알리 라리자니 의회 의장·사데크 라리자니 사법부 수장이 2017년 2월 2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6회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봉기) 지지 국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으로 알리 하메네이의 저작 보존 및 출판 센터 공식 웹사이트에서 캡처한 사진./AFP·연합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핵심 인사들을 은신처까지 추적해 '한 명씩 제거'하는 작전을 전개하며 이슬람 혁명 정권 붕괴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테헤란 관저를 폭격해 제거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시작으로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사망은 이란 정권의 지휘·통제 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치열한 작전의 이정표로 평가된다.

◇ 이란 지휘부 연쇄 암살...은신처까지 파고든 이스라엘의 칼끝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와 일반 대원들(rank-and-file)을 체계적으로 추적하며 제거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6일 알리 하메네이 사후 사실상 전시 지도자 역할을 해온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즈 민병대 총지휘관을, 이어 그다음 날 에스마일 하티브 이란 정보부 장관을 각각 제거했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라리자니가 테헤란 중심부에서 열린 정권 충성파 집회에 참석한 뒤 "용감한 국민과 지도부의 결합은 패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나흘 뒤 테헤란 외곽 은신처에서 다른 인사들과 함께 있다가 미사일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또 이스라엘이 평범한 이란인들의 제보를 받아 숲이 우거진 지역에 설치된 텐트에서 부관들과 함께 숨어 있던 솔레이마니를 타격해 사망케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티브 장관 사망과 관련, "그가 테헤란 내 은신처에서 공군 전투기의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습
이스라엘 방위군(IDF)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테러 정권 본부에 대한 대규모 공습 장면이라면서 공개한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AFP·연합
◇ 1만 발의 폭격...경찰서부터 경기장까지 내부 통제망 붕괴

이스라엘은 수천 개의 표적에 1만 발의 탄약을 투하했으며, 이 가운데 2200개 이상이 내부 보안군과 관련된 것으로 밝혔다. WSJ가 검토한 세부 표적 목록과 전투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 부대 타랄라(Tharallah)부터 테헤란 지역 경찰서까지 내부 통제 구조가 집중 타격 대상이 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역할을 분담해 미국은 군사 및 산업 기지를, 이스라엘은 내부 통제 체계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한 쿠르드족 인구가 많고 중앙 정부와 긴장 관계에 있는 서부 이라크 국경 근처 일람주에서는 내부 보안군과 관련된 약 34개의 현장이 타격 대상이 됐다.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6일 자 소셜미디어(SNS) 영상에는 일람 시에서 발생한 거대한 짙고 검은 연기 구름과 폭발이 포착됐다. 시설이 파괴될 경우 지역 스포츠 단지에 집결하려는 이란의 대비책을 파악한 이스라엘은 이 현장들이 가득 차는 것을 지켜본 후 첫주가 끝나기 전에 타격했다.

WSJ가 확인한 전투 피해 평가에 따르면, 축구 경기를 위한 대형 경기장인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대다수가 사망하며 전쟁 중 가장 치명적인 공습이 일어났다.

로이터는 이달 초 아자디 스타디움의 잔해 사진을 타전했고, WSJ의 모회사 뉴스코프 산하 SNS 정보업체 스토리풀(Storyful)은 또 다른 경기장 밖 포장도로에 보안 요원들이 누워 있는 영상을 검증했다.

당시 보안 요원들이 테헤란의 간디 병원으로 밀고 들어와 환자들에게 부상자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도록 강요했다고 한 의사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테헤란 중심부에서 이란전력공사 구역 내 정보부 지휘 본부를 타격했을 때, 이란 국영 언론은 보안군의 존재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를 민간인 표적에 대한 공격으로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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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의 이란 시민들이 18일(현지시간)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서 진행된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즈 민병대 총사령관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번 장례식은 이달초 인도양에서 미군에 의해 침몰된 이란 구축함 '아이리스 데나(IRIS Dena)' 호에서 사망한 수십 명의 이란 해군 장병들을 추모하는 자리이기도 했다./EPA·연합
◇ "당신은 블랙리스트에 있다"… 모사드의 심리전과 드론 타격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 요원들은 개별 지휘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심리전을 펴고 있다. WSJ가 확인한 한 통화 녹음에서, 페르시아어를 쓰는 모사드 요원은 고위 경찰 지휘관에게 "당신은 우리의 블랙리스트에 있다"며 시민들의 편에 서지 않으면 지도자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해당 지휘관은 코란을 걸고 맹세코 적이 아니라고 답하며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제발 와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체공형 드론 편대를 운영해 지휘 센터에서 개별 바시즈 검문소와 바리케이드로 공격 대상을 확대했다. 한 번에 2~4명의 보안 요원을 사살하는 이 공격은 평범한 이란인들이 보낸 제보에 의해 유도된 경우가 많다고 이스라엘 보안 관리들은 밝혔다. 시위 진압의 핵심인 오토바이 부대도 이스라엘의 주요 표적이었다.

◇ 다리 밑으로 숨은 보안군… 공포와 무질서에 빠진 테헤란

수천 명의 정권 구성원이 사망하면서 이란 내부에는 무질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기가 꺾인 보안군은 차량·모스크·스포츠 시설에 숨어 지내며, 테헤란의 부유한 동네인 바낙에서는 고속도로 다리 아래나 아파트 계단 구석, 버스 내부에 텐트를 치고 숨고 있다.

거주자들은 다수의 보안 요원들이 주거용 건물에 숨어 지내며, 공습을 우려한 이웃들이 대피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경찰의 부재로 절도와 같은 범죄 수사는 교착 상태에 빠졌고, 상점 주인들은 어두워지기 전에 문을 닫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란 당국은 인터넷을 차단하고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며, 피해 영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다. 여전히 거리를 통제 중인 보안군은 사살 위협으로 반대 의견을 억제하고 있으며, 많은 이란인들은 지금 봉기하는 것은 자살 행위라며 두려워하고 있다.

◇ 공중전의 딜레마...정권 교체의 완성은 결국 이란 국민의 몫

WSJ는 공습만으로 이란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어렵다며 이번 전쟁에서 정권이 생존할 경우 오히려 더 강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 선임연구원은 "눈앞에서 퇴락하는 체제를 보고 있지만, 상황을 뒤집으려면 더 많은 공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공습과 정보 작전을 통해 정권 붕괴 조건을 조성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은 경제 붕괴와 대중의 분노가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 믿으며, 이 일을 이란 국민에게 맡기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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