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된 관련법 연령 하향 논의 재점화
정치권 '만 13세·만 12세' 개정안 내놔
전문가 "중대범죄 반드시 책임 물어야"
|
현행 형법 제9조는 '(만) 14세 미만은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마련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됐다. 사회 환경과 범죄 양상이 크게 변했음에도 형사책임 연령만큼은 반세기가 훌쩍 넘도록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과 관련해 "최소한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며 관계 부처에 검토를 지시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만 13세, 만 12세 미만으로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는 개정안을 내놨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범죄의 성격에 주목했다. 김 의원은 반(反)사회성이 강한 특정강력범죄를 범했을 때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로 형을 선고받고 3년 내에 다시 동일한 죄를 범하거나 교사,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년범은 만 19세 미만을 말한다. 이 중에서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경우 형법이 아닌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문제는 단순히 연령 기준으로 개별 행위자의 판단 능력·범죄 인식 수준을 구분지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형사책임능력은 통상 행위의 선악을 분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같은 범죄에 대해 1살 차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 여부가 갈린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호처분 역시 '처벌이 아닌 조치'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는 실제 단순한 보호에 그치지 않는다. 소년원 송치나 보호관찰 등은 일정 기간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국가의 강제 개입이라는 점에서 형사제재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그럼에도 형벌로 명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에서는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인식의 간극은 피해자 관점에서 더욱 크게 드러난다. 현행 소년사법 체계는 가해 청소년의 교화와 재사회화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피해 회복이나 책임 인식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피해자는 사건 당사자임에도 처분 과정에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결과 역시 '보호'라는 형식으로 제시되면서 책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범죄 등 강력범죄일수록 이러한 체감은 더 커진다. 범행의 중대성·피해 규모와 무관하게 연령 기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리는 구조는 피해자에게 '법이 가해자를 우선 고려한다'는 인상을 남긴다.
실제 지난해 6월 충주 수영부 집단 성폭력 사건에서는 14세 미만 가해 학생 3명이 형사재판 대신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중학교 1학년이 '신세계백화점 폭파 안내' 글을 게시해 대규모 수색과 영업 중단을 초래했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처럼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과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 사이의 차이는 '처벌 공백'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법적으로는 제재가 존재함에도 책임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느끼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950년대 이후 기준이 사실상 유지된 상태에서 학생들의 신체 발달이나 교육 수준, 인터넷 접근 환경 등은 크게 달라졌다"며 "현행 기준이 이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연령을 낮추자는 것이 모든 소년을 형사처벌하자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소년 범죄에서도 성폭력 등 중대한 범죄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런 경우에는 책임을 분명히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