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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측은 2.0% 수수료 적용 대상을 하위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대신 나머지 70%에는 7.8%를 적용하고 1㎞ 이내 배달에 대해 5%대 수수료와 2000원대 후반 배달비를 적용하는 근거리 요금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입점 업체 단체들은 이 방안이 오히려 중간 구간 점주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전반적인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여당 국회의원들은 총액 수수료 상한을 강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수수료 규제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배달앱이 입점 업체에 부당한 수수료를 매기면 매출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광고비 총액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배달비의 상하한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도 유사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도 수수료와 광고비 합계가 주문 금액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법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논의의 중심에 소비자가 빠져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배달앱 시장에는 가격 규제 논의가 자주 등장하는 나름의 경제학적 이유가 있다. 전형적인 플랫폼인 배달앱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다. 소비자가 많이 모인 배달앱에 음식점이 입점하고, 음식점이 많이 모인 배달앱에 다시 소비자가 몰린다. 이런 구조에서는 선도(先導) 배달앱이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입점 업체는 배달앱을 떠나기 어렵고, 소비자도 익숙한 앱과 멤버십, 쿠폰, 리뷰 체계에 묶인다. 이 경우 배달앱은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거래조건까지 좌우하는 시장지배력을 얻게 된다. 이 때문에 배달앱에 수수료 상한제 같은 가격 규제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0년 샌프란시스코가 처음으로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고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뉴욕 등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달앱이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수수료 규제가 무조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배달앱이 수수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배달비, 광고비, 쿠폰, 멤버십 혜택, 노출 알고리즘, 배달 가능 거리, 라이더 보상 등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눈에 보이는 수수료율만으로 규제의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최근 발표된 해외 실증연구도 이 현상을 확인한 바 있다. 이 연구는 미국의 수수료 상한제 사례를 분석하여 수수료 상한제가 일반 요식업체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일반 요식업체의 주문과 매출이 감소하고 수수료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체인 레스토랑의 주문과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배달앱이 낮은 수수료를 적용받는 음식점의 노출을 줄이고, 규제 밖 또는 기존 수수료를 내는 음식점을 더 노출했기 때문이다. 또한 배달비도 인상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정리하면, 수수료 인하로 단순히 자영업자가 많이 가져가느냐, 배달앱이 적게 남느냐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수료 인하로 인해 분명한 소비자 후생 경로가 작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달앱이 수수료를 인하하면 입점 업체의 비용이 낮아지고, 그 비용 절감이 최종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야 한다. 또한 가격이 내려가면 주문량이 늘고, 배달앱 안에서 더 많은 거래가 발생해야 한다. 그래야 수수료 인하 규제가 타당해진다. 반대로 수수료는 낮아졌지만 배달비가 오르고, 쿠폰이 줄고, 노출 조건이 불리해지며, 소비자 가격과 거래량이 그대로라면 이는 후생 개선이라기보다 배달앱과 입점 업체 간 이익 배분의 조정일 뿐이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약 20% 정도로 OECD 국가 중 7위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을 비판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좋은 의도가 좋은 정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배달앱 수수료 규제의 목표는 낮은 수수료율 그 자체가 아니라 소비자 가격 인하, 더 많은 거래, 즉 더 큰 시장 후생이어야 한다. 이런 고민이 빠진 수수료 인하 논의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